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물류대란에 이어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까지 겹쳐 식용유, 밀가루 등 식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자 상당수 식당 주인이 식자재를 대용량으로 구입해 비축해 두려는 일종의 사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가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비 행태가 나타나는 실정이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식용유 매출이 최근 별다른 이유 없이 급증한 데에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대량으로 사 두자’는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4월 3주차(4월 11~17일) 식용유 매출은 전달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롯데마트(증가율 20%)와 컬리(22%)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컬리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이 식용유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한발 앞서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에선 같은 기간에 밀가루(21%)와 라면(15%) 매출도 뛰었다.

서울 중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모씨(59)는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뉴스를 보자마자 업소용 식용유 여덟 통을 주문했다”며 “요즘은 가격이 눈 깜짝할 새 올라 미리 사두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씨(37)도 최근 본사에 기름류를 다량 발주했다. 박씨는 “가맹본사가 점주들에게 적용하는 기름 가격이 작년에 다섯 차례 올랐지만, 지금이 가장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이 중단되면 식용유를 비롯한 가공식품의 원가 압박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유의 60%가량을 공급한다. 우리나라는 팜유 수입의 56%가량을 인도네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3~6개월치 팜유 재고를 확보해뒀지만, 수출 중단 조치가 길어지면 원료 수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등 올해 초 한 차례 식용유 가격을 올린 업체들은 2차 가격 인상 시기를 고민 중이다. 제분업체들은 기업 간 거래(B2B) 공급가격 외에도 밀가루 소비자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