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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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뒷골목.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라이더’ 장모씨(43)는 “요즘엔 점심 피크 시간에도 콜 잡기가 만만치 않다”며 웃었다. 이 골목은 ‘콜사’(배달 콜이 오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 은어) 상황에서 배달기사들이 모여드는 중간거점. 예전 같으면 이미 일이 시작됐을 오전 10시인데도, 라이더 4~5명이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2년째 배달일을 했다는 장씨는 “작년 이맘때 평일 피크 시간이 끝나는 오후 2시까지 15건쯤 처리했는데 최근 며칠 연속으로 배달 건수가 5건이 안 된다”며 “엊그제는 4만2000원만 벌고 퇴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도 배달 콜 없어"…라이더 수입 '뚝'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18일 전면 해제되면서 배달기사들의 수입이 뚝 떨어졌다. 배달기사 전용 오픈카톡방에도 “콜이 없어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음식 배달이 크게 줄어든 건 거리두기 해제 때문만이 아니다. 계절적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배달업계에선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봄과 가을을 비수기로, 활동이 뜸한 여름과 겨울을 성수기로 분류한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대 배달앱은 한겨울과 한여름인 12월(3681만 명)과 8월(3534만 명) 이용자 수가 가장 많았다. 반면 4월은 15%가량 적었다. 코로나 와중에도 계절을 탔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가 최근 들어선 급감세로 돌아섰다는 게 라이더들의 얘기다.

아예 일을 그만두는 배달기사도 나오고 있다. 부산 연제구에서 배달대행 사무소를 운영하는 최성윤 씨는 “최근 한 달 새 10명 중 2명꼴로 (배달기사 일을) 접었다”며 “최근 그만두는 사람과 얘기해보면 앞으로 (배달기사로) 돈을 많이 벌기 어렵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라이더들이 처분하기 위해 내놓는 오토바이 매물도 늘고 있다. 배달기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혼다PCX 125’ 오토바이의 경우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최근 1주일간 하루평균 50여 건의 매물이 올라왔다. 한두 달 전만 해도 20여 건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새 오토바이 판매는 급감했다. 서울 중구 퇴계로에서 40년째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하는 정명준 씨(62)는 “작년 4월엔 하루에 한 대꼴로 바이크를 팔았는데, 이달엔 두 대밖에 못 팔았다”며 “배달용으로 쓰이는 차종의 수요가 특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