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처럼 미성년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아빠 찬스’ 등으로 논문 공저자가 된 학생이 8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부정 논문을 활용한 대학 입학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은 경우는 조씨를 포함한 5명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부당 미성년 저자 82명

교육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교수들이 서로 중·고등학교 자녀를 공저자로 올려주는 이른바 ‘논문 품앗이’를 한다는 지적과 제보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2017년 12월부터 실태 조사에 나섰다.

조사 범위는 2007~2018년 발표된 논문이다. 대입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에 논문 등재가 금지된 게 2019년부터이기 때문이다.
'아빠찬스'로 논문 저자된 학생 82명…입학취소는 5명뿐
교육부는 5년에 걸친 조사 결과 1033건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중 96건의 부당 저자 등재를 확인했다. 중복 등재 등을 제외하면 교수 69명과 미성년자 82명이 연구 부정에 연루됐다.

제대로 된 연구 없이 부당하게 이름을 올린 미성년자 82명 중 46명은 국내 대학에, 나머지 36명은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 국내 진학자 중 연구 부정 논문을 직접적으로 대입에 활용한 인원은 10명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대학에 엄중한 처분을 요구했지만, 실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은 사례는 조씨를 포함해 5명에 그쳤다. 3명은 입시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나머지 2명은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로 학적이 유지됐다.

입학 취소 판정 사례가 나온 대학은 고려대(2건), 전북대(2건), 강원대 등이다. 고려대에선 조씨 외에도 2016년 의대에 합격했다가 이달 입학 취소를 받은 사례가 나왔다. 현재 5명 중 4명은 입학 취소 처분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 부정 논문 가장 많아

부정 논문이 가장 많은 대학은 서울대였다. 조사 기간 서울대에서 발행된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 64편 중 기여도가 없는데도 이름을 올려준 게 22건이었다. 그다음으로 연세대(10건), 건국대·전북대(8건), 성균관대(7건), 경북대(5건) 순이었다. 1033건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중 교수가 아예 자신의 미성년 자녀 이름을 올린 사례는 223건에 달했다.

하지만 동료 교수나 다른 대학 교수 자녀들을 논문에 넣어줬는지까지는 조사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연구물에 미성년 저자가 부당하게 등록됐는지를 각 대학이 직접 판단하도록 한 만큼 ‘축소 가능성’ 의혹도 여전하다. 교육계 관계자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논문에 버젓이 끼워 넣을 정도면 서로의 자녀들을 저자로 밀어주는 게 어느 정도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부당 저자 등재에 연루된 교수 69명 중 실제 처벌을 받은 것은 10명에 불과했다. 이미 퇴직한 교수 2명을 제외하면 중징계(해임·정직)가 3건, 경징계(감봉·견책)가 7건이었다. 57명은 주의·경고 처분에 그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징계 시효가 끝나 주의·경고처분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해외 대학에 진학한 36명에 대해서도 부정 연구물을 대입에 활용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외 대학에 진학한 사례는 교육부 관리 감독 권한이 미치지 않아 조치할 수 없는 범위”라고 했다. 입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9명과 해외 대학 진학자를 고려하면 부정 논문을 대입에 활용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는 엄정한 연구윤리 확립과 대입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시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연구문화가 현장에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