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료에 걸림돌…사회적 인식 개선해야"
경북대병원 "기혼·고학력일수록 에이즈 감염사실 숨기는 경향"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및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는 고학력자일수록, 또 기혼자일수록 감염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를 꺼린다는 통계가 나왔다.

우정민·김경민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20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이 병원 외래 감염 클리닉을 방문한 성인 HIV·에이즈 환자 147명의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25일 밝혔다.

응답자 연령의 중간값은 42.7세였으며, 이 중 대다수에 해당하는 142명이 남성이었다.

응답자들 중 HIV 감염 사실을 주위에 알린 비율은 61.2%였다.

연구팀이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시행한 결과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 우려가 높은 사람일수록, 최종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자신의 감염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높았다.

또 미혼자보다는 기혼자가 주위에 자신이 HIV 환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분석 결과 우울증 정도가 낮을수록 감염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존 해외 연구와 상반된 결과였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감염을 공개하는 행위 자체가 우울과 관련돼있다기보다는, 감염 사실 공개 이후의 경험이 우울 상태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추측했다.

외국의 연구 결과에는 감염 사실을 공개하고 적절히 도움을 받으면서 우울감이 줄어든 상황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또 감염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지 않은 참가자들은 자신에 대해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며, 이럴 경우 자신의 우울감에 대해서도 정직하게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런 참가자가 우울감을 실제보다 더 낮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정민 교수는 연합뉴스에 "감염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면 질병 예방과 치료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감염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는 요인을 변화시켜 환자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또 "HIV 감염자에 대한 편견이 의료 종사자에게까지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꾸준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인식 개선을 해나가야 하며, 감염인 자신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