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뼈' 일부만 발굴된지 14년만에…복무중 외증손자가 가족에 시료채취 권유
"어머니가 눈물로 그리워하던 아버지"…故 김학수 이병 신원확인
14년 전 신체 일부만 발굴됐던 6·25 전사자의 유해가 그의 참전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하던 외증손주 덕분에 뒤늦게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08년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에서 발굴된 6·25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고(故) 김학수 이병으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국유단에 따르면 김 이병의 유해는 2008년 골반을 포함한 다리뼈 일부만 발굴됐다.

고인의 유해 주변에서 전투화 밑창과 비옷 조각이 발굴됐지만, 신원을 특정하기엔 부족했다.

그러나 2019년 군 복무 중이던 고인의 외증손자가 유해발굴사업을 알게 돼 어렴풋하게 외증조부의 6·25전쟁 참전 사실을 떠올렸고, 고인의 외손자이자 자신의 부친에게 유전자 시료 채취를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유단은 유전자분석을 통해 가족관계일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특정할 수 있었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 고인의 딸인 김정순 씨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부녀 관계임을 확인했다.

1925년 5월 14일 충북 진천군에서 6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이병은 고(故) 이소저 씨와 결혼한 뒤 외동딸이 3살이 되던 1951년 3월 16일 입대했다.

입대한 해 벌어진 서화리 전투(1951년 6월 4일∼6월 17일)에서 전사했다.

이 씨도 남편 입대 8년 만인 1959년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딸 정순 씨는 "아버지가 전사 후 손·발톱이 든 네모난 상자가 태극기로 둘러싸여 집으로 돌아왔다고 들었다"면서 "어머니가 어린 나를 재울 때 아버지를 눈물로 그리워하며 부르시던 '비 내리는 고모령'의 노랫가락이 아버지와 어머니, 나를 교감시키는 매개체"라며 그리움을 표했다.

국유단은 김 이병의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오는 28일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딸 정순 씨의 자택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김 이병을 포함해 2000년 유해 발굴 사업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총 190명으로 늘었다.

국유단 관계자는 "6·25전쟁에 참전했지만,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친인척이 있으시면 국유단 대표번호 1577-5625(오! 6·25)로 연락하거나 보건소, 보훈병원, 군 병원 등에서 실시하는 유전자 시료 채취에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6·25전쟁 국군전사자 및 경찰, 학도병, UN군 등의 유해소재 제보 시 최대 70만 원, 유해의 신원확인 시 최대 1천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