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넘는 가격인데…" 윤석열 한마디에 '불티' [박한신의 CAR톡]
올 1분기 수입차 중 1억원 이상 고가 차량들만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1억원 미만의 각 세그먼트들은 모두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 중 하나인 '법인차 번호판' 색상 변경에 앞서 법인 수요가 몰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1억~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와 1억5000만원 초과 수입차만 전년 동기보다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3000만원 미만 △3000만~4000만원 △4000만~5000만 △5000만~7000만 △7000만~1억원 △1억~1억5000만원 △1억 5000만원 초과 등 7개 세부 가격대별 판매량을 따로 집계한다. 이 중 하위 5개 범위 내 수입차는 모두 판매가 줄었지만 상위 2개 범위는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인 것이다.

특히 1억5000만원 이상 고가차량 판매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분기 2612대 팔렸던 1억5000만원 이상 차량은 올해 1분기엔 무려 5599대 팔렸다. 두 배 이상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1억~1억5000만원 차량은 지난해 1분기 1만1004대에서 올해 1분기엔 1만1158대로 소폭 늘었다. 반면 전체 수입차 판매는 같은 기간 7만1908대에서 6만1732대로 1만대 이상 감소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법인차 번호판' 색상 변경 공약을 내자 법인차 수요가 미리 몰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2020년 1분기엔 1억5000만원 이상 차량이 2366대 팔려 작년 1분기 2612대와 대동소이 했는데 올해엔 5599대로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1억 넘는 가격인데…" 윤석열 한마디에 '불티' [박한신의 CAR톡]
윤 당선인이 해당 공약을 내놓은 것은 올 1월 10일이다. 억대를 호가하는 슈퍼카들을 법인 자격으로 구입해 각종 세제·비용 혜택을 받은 뒤 개인용으로 몰고 다니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 것이다. 법인차들을 연두색 등으로 색상을 구분하면 법인 가수요가 줄어들고 법인차를 운용하는 개인들 또한 심리적으로 위축될 거라는 계산이다.

실제 초고가 차량의 대부분이 법인 차량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조사 결과 4억원 이상 슈퍼카들의 85%는 법인 등록이었다. 지난해 기준 맥라렌은 100%, 롤스로이스는 94%가 법인 판매였다.

수입차 업계는 '법인차 공약'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진행 중인 논의(공약)와 법인차 관련 통계 수치에 대해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법인차가 악용되는 부분 또한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