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16년 만에 입상…"즐거운 피겨, 훈련도 힘들지 않아"
"다음 목표는 체력 키우기…새 시즌 가산점에 고난도 점프 배치"
김연아 넘어선 148㎝ 소녀 신지아 "노력의 결실을 봐야죠!"
화장기 없는 해맑은 얼굴로 마주 앉은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유망주 신지아(14·영동중)는 또래 학생들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미리 준비한 질문지를 꼭 쥔 키 148㎝의 소녀가 며칠 전 국내 피겨계를 깜짝 놀라게 한 선수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한국 피겨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특급 기대주 신지아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계기와 꿈에 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성인 선수들보다는 자기 생각을 유려하게 표현하지 못했지만, 동석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또박또박 밝게 이야기했다.

◇ 김연아 기록 깬 신지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떨리지 않더라"
신지아는 지난 18일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작은 획을 그었다.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은 물론, 프리스케이팅까지 클린 연기에 성공하며 총점 206.01점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국제 주니어 피겨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입상한 건 '피겨퀸' 김연아(은퇴·2005년 은메달, 2006년 금메달) 이후 처음이자 16년 만이었다.

신지아는 당시 김연아보다 한 살 어린 나이에 이 대회 메달을 획득하며 국내 최연소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입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말 그대로 '깜짝 메달'이었다.

신지아는 불과 지난해에 국제대회에 입문한 신인이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며 "작년에 처음 국제대회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많은 어린 선수들은 첫 국제대회에서 긴장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수하기 마련이다.

신지아의 어머니도 "경기장을 처음 갔는데, 관중석과 은반이 매우 가까워서 관중들의 대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며 "(신)지아는 관중이 있는 경기장에서 연기를 펼친 경험도 적은데, 과연 제대로 연기를 펼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지아는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에스토니아 현지 팬들의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신지아는 "이상하게도 대회에 출전한 것이 아니라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매우 매우 재밌었다"고 말했다.

'원래 떨지 않는 성격인가'라는 질문에 "걱정과 스트레스가 없는 아이"라며 옆에 있던 어머니가 대신 답했다.

김연아 넘어선 148㎝ 소녀 신지아 "노력의 결실을 봐야죠!"
◇ 떡볶이는 일주일에 한 번, 스트레스는 강아지와 풀어
부산 출신인 신지아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인 2015년 부산의 한 실내빙상장에 놀러 갔다가 스케이팅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취미로 피겨스케이팅을 하다가 기초반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반 바퀴를 도는 왈츠 점프를 성공하며 남다른 운동 신경을 뽐냈다.

신지아는 초등학교 5학년 때 3회전 점프 5종(러츠, 플립, 루프, 살코, 토루프)을 모두 성공하자 어머니와 단둘이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 생활은 단순하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스트레칭 훈련을 하고 태릉빙상장으로 이동해 스케이팅 훈련을 한다.

그리고 퍼스널트레이닝(PT) 훈련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매일 같은 훈련을 하면 힘들고 지겹지 않나'라는 질문에 "스케이팅이 재밌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신지아의 성격은 차분하다.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나 취미생활은 없다.

그는 '스트레스 푸는 법'을 묻는 말에 "금요일이 치팅데이(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 날)라서 좋아하는 떡볶이, 치킨 등을 마음껏 먹는다"며 "강아지와 노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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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계단씩 성장하는 신지아 "다음 목표는 콤비네이션 점프 후반부 배치"
피겨스케이팅은 사춘기를 겪는 어린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무대다.

종목 특성상 멘털 문제로 무너지는 선수가 많다.

경쟁자들이 우수한 연기를 펼치면 좌절감을 느끼고 성장의 동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의 어린 선수들이 쿼드러플(4회전) 점프 등 초고난도 기술을 성공하자 세계의 많은 선수가 좌절감을 느끼고 일찌감치 은퇴하기도 했다.

신지아는 '잘해야 한다는 초조감을 느끼지 않나'라는 질문에 "예전엔 트리플 악셀 등 고난도 기술을 빨리 배우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라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다음 목표는 '체력 키우기'다.

신지아는 올 시즌 체력 문제로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 등 기본배점이 높은 고난도 기술을 연기 초반부에 배치했다.

새 시즌엔 고난도 기술을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에 뛸 예정이다.

새 프로그램을 클린 처리한다면 올 시즌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

신지아는 "새 프로그램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 달리기 훈련을 많이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있다"며 "재밌게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라는 마지막 질문엔 고심 끝에 준비한 답변을 내놨다.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가 되고 싶고, 그 노력의 결실을 보는 선수도 되고 싶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