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를 440억달러(약 55조원)에 인수한다. 지난 14일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지 11일 만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자진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상장사를 비상장사로 바꾸는 거래로는 최근 20년간 가장 규모가 크다. 유럽연합(EU)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빅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트위터를 사적으로 소유해 당국과 시장의 감시를 피하겠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트위터 이사회 만장일치 승인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주당 54.2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25일 발표했다. 머스크가 14일 제시한 인수 가격과 동일하다. 머스크가 트위터 최대주주라는 사실을 공개하기 전날인 지난 1일 종가(39.31달러)에 3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었다. 매각은 주주 투표와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치면 연내 완료될 전망이다.

트위터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매각안을 승인했다.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회 의장은 “가치와 자금 조달 등에 초점을 맞춰 인수 제안을 평가하는 절차를 거쳤다”며 “이 거래가 상당한 현금 프리미엄을 제공할 것이며 주주들에게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당초 경영권 방어 전략 ‘포이즌필’을 발동하며 인수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입장을 바꿨다. ‘현금 없는 세계 1위 부자’인 머스크가 지난 2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등 465억달러 규모의 자금마련 대책을 내놓으면서다. 협상에 응하라는 트위터 주주들의 압박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식 표현의 자유, 빅테크 규제와 충돌 가능성

세계 각국과 시장은 ‘머스크의 트위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활용해 테슬라 주가를 끌어올리고 세계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에 영향력을 떨쳤다. 트위터가 머스크 소유가 되면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이런 행태가 강화되고,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하는 글로벌 기조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는 25일 트위터 인수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반이며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어 “트위터 알고리즘을 오픈 소스로 만들어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스팸 봇(스팸과 사기 콘텐츠를 올리는 허위 계정)은 없애고 모든 사람들을 인증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들에게 무슨 게시물이 어떤 원리로 노출되는지 공개하겠다는 의미다.

트위터는 그간 혐오 표현의 게시물과 가짜뉴스를 엄격하게 걸러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지나친 검열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그 자신은 트윗 때문에 금융 당국과도 갈등을 빚었다. 2018년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자금은 확보됐다”는 트윗을 올려 SEC에 증권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이후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250억원의 벌금을 냈다.

때문에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발언을 합리화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는 오로지 자신의 계정을 위해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했을 것”이라며 “그의 관심은 자신의 계정이 검열받지 않는 것뿐”이라고 썼다. 블룸버그는 “머스크는 막상 그를 공개 비판한 사람은 침묵시키거나 처벌했다”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판을 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

트위터 검열 철폐는 EU가 최근 내놓은 빅테크 기업 규제 법안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충돌할 여지도 있다. 법안에 의하면 트위터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자사 플랫폼에서 특정 인종이나 성·종교에 대한 차별적인 콘텐츠, 허위 정보 등을 걸러내야 한다. 위반할 경우 매출의 최대 6%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