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산하 브랜드인 미니(MINI) 딜러 중에선 ‘실력 있는 괴짜’가 있다. 7년 연속 전국 미니 딜러 중 ‘톱10’ 안에 들 정도의 인재지만 “돈을 더 받아도 다른 브랜드는 싫다”고 말한다. ‘둘만의 미니’를 계약한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낳은 뒤 ‘패밀리 카’를 거쳐 중년의 ‘마지막 펀 카’까지 계약하는 미니만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바바리안모터스 인천 송도 전시장에서 10년째 딜러 일을 하는 정겨운 씨(사진)의 얘기다.

정씨는 지난해 130여 대의 미니를 판매하며 7년 연속 전국 딜러 중 10위 안에 들었다. 전화 인터뷰에서 비결부터 물었더니 “차를 팔든 안 팔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번은 충남에 거주하는 고객이 그의 블로그를 보고 전화를 걸어 “미니를 타보고 싶은데 주변에 전시장이 없다”며 “한 번 와 줄 수 없겠느냐”고 했다. “솔직히 계약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였다.

그는 고민 끝에 송도 전시장에서 시승차를 몰고 충남으로 향했다. 주소는 산골. 해가 지자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지금 상담하러 가는데 소식이 없으면 신고 좀 해 달라”는 메시지를 주소와 함께 팀원들에게 남기고 차를 몰았다.

결론은 시승 후 계약 불발이었지만 정씨에게 그 고객은 “정말 고맙다”며 손수 갈비 반찬에 밥을 해줬고, 정씨는 고객과 둘이 마주 앉아 식사한 뒤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차를 팔지는 못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라며 “영업은 열정과 신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미니는 차량 규격이 작고 다른 대형 수입차에 비해 가격도 낮아 딜러 몫이 적은 브랜드 중 하나다. 그런데도 정씨는 미니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 미니가 좋냐는 질문에 그는 “고객들의 라이프 사이클과 함께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첫 차로 3도어 차량을 계약한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은 뒤 클럽맨, 중년이 된 뒤에도 좀 더 큰 컨트리맨을 계약하는 게 참 고맙다”는 얘기다. 그는 “연세가 지긋한 고객들이 ‘이제 마지막 차’라며 펀카로 미니를 타고 싶다고 절 찾을 때면 항상 뜨거운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