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우물 안 경쟁'에 몰입하는 국내 건설사들[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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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대우건설이 국내 주택·건축 비중을 가장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간 이동 제한 등으로 해외 수주 환경이 악화된 영향도 있지만 최근 저가 수주를 통해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나서고 있는 중국·인도 등 신흥국 건설사들에 밀린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 능력 평가액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 중 대우건설이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을 가장 크게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건설의 국내 주택·건축 비중은 66.96%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말(55.8%)에 비해 11.16%포인트 확대했다. 최근 2년간 국내외 도로·항만·플랜트 사업보다 국내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주력했다는 의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년간 저유가가 이어져 해외 플랜트 사업이 위축된 결과"라며 "여기에 코로나19 확산까지 맞물려 해외 신규 발주가 더 줄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도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이 크게 확대했다. 2019년 말엔 23.92%였는데 2021년 말엔 34.95%로 늘었다. 다만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플랜트 비중이 다른 대형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플랜트 수주가 줄어든 영향이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 확대로 나타났다. SK에코플랜트의 국내외 플랜트 매출 비중은 44.60%에 달한다. 대우건설·GS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10% 안팎이다. SK에코플랜트는 잇따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종합환경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SK에코플랜트 이외에 GS건설의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도 크게 늘었다. GS건설은 2019년 말 47.9%에서 지난해 말엔 56%까지 확대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8.1%포인트 늘어났다. 뒤이어 현대건설(5.1%포인트), 현대엔지니어링(4.97%포인트), HDC현대산업개발(3.21%) 순으로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이 늘었다.
이렇다 보니 2019년 말 평균 51.65%였던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의 평균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엔 53.15%로 높아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들이 여전히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 투자가 많이 필요한 해외 인프라·플랜트 사업보다 사업 진행이 손쉬운 국내 주택·건축 영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과 인도 건설사들이 '돈 되는' 해상풍력발전 등 해외 플랜트나 인프라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아졌다는 점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 내면을 보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신흥국 건설사들에 뒤처져 수주가 쉽지 않아진 게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2010년대 이후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초기 시행착오와 대규모 적자, 경쟁 심화 등이 맞물려 다시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4년 660억900만달러에 달했던 해외 건설 수주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하락율을 띠다 지난해엔 306억1600만달러(한화로 약 37조9485억원)로 반 토막이 났다. 그 결과 각종 정비 사업이 나올 때마다 대형 건설사간 치열한 수주전이 반복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중국·인도 건설사들이 거세게 진입하고 있어 갈수록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과거엔 가구 수가 적은 국내 주택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최근엔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주택 경기는 산업특성상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올 들어선 국내에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돼 다양한 사업 활로 개척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편중된 매출 구조는 일회적인 국내외 이벤트에도 쉽게 건설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안전 관련 비용이 빠르게 늘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신사업 개척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해외 사업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건설사들의 국내 건축·주택 의존도가 심화됐다”며 “특히 시황 산업인 주택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자꾸 높아지면 실적 가변성이 커지고, 업계 전반으로도 수주 경쟁 격화에 따른 채산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 능력 평가액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 중 대우건설이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을 가장 크게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건설의 국내 주택·건축 비중은 66.96%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말(55.8%)에 비해 11.16%포인트 확대했다. 최근 2년간 국내외 도로·항만·플랜트 사업보다 국내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주력했다는 의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년간 저유가가 이어져 해외 플랜트 사업이 위축된 결과"라며 "여기에 코로나19 확산까지 맞물려 해외 신규 발주가 더 줄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도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이 크게 확대했다. 2019년 말엔 23.92%였는데 2021년 말엔 34.95%로 늘었다. 다만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플랜트 비중이 다른 대형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플랜트 수주가 줄어든 영향이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 확대로 나타났다. SK에코플랜트의 국내외 플랜트 매출 비중은 44.60%에 달한다. 대우건설·GS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10% 안팎이다. SK에코플랜트는 잇따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종합환경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SK에코플랜트 이외에 GS건설의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도 크게 늘었다. GS건설은 2019년 말 47.9%에서 지난해 말엔 56%까지 확대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8.1%포인트 늘어났다. 뒤이어 현대건설(5.1%포인트), 현대엔지니어링(4.97%포인트), HDC현대산업개발(3.21%) 순으로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이 늘었다.
이렇다 보니 2019년 말 평균 51.65%였던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의 평균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엔 53.15%로 높아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들이 여전히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 투자가 많이 필요한 해외 인프라·플랜트 사업보다 사업 진행이 손쉬운 국내 주택·건축 영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과 인도 건설사들이 '돈 되는' 해상풍력발전 등 해외 플랜트나 인프라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아졌다는 점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 내면을 보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신흥국 건설사들에 뒤처져 수주가 쉽지 않아진 게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2010년대 이후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초기 시행착오와 대규모 적자, 경쟁 심화 등이 맞물려 다시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4년 660억900만달러에 달했던 해외 건설 수주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하락율을 띠다 지난해엔 306억1600만달러(한화로 약 37조9485억원)로 반 토막이 났다. 그 결과 각종 정비 사업이 나올 때마다 대형 건설사간 치열한 수주전이 반복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중국·인도 건설사들이 거세게 진입하고 있어 갈수록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과거엔 가구 수가 적은 국내 주택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최근엔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주택 경기는 산업특성상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올 들어선 국내에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돼 다양한 사업 활로 개척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편중된 매출 구조는 일회적인 국내외 이벤트에도 쉽게 건설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안전 관련 비용이 빠르게 늘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신사업 개척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해외 사업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건설사들의 국내 건축·주택 의존도가 심화됐다”며 “특히 시황 산업인 주택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자꾸 높아지면 실적 가변성이 커지고, 업계 전반으로도 수주 경쟁 격화에 따른 채산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