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청문회 파행에 협치 첫걸음 삐걱…청문정국 '산 넘어 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6일 결국 파행으로 귀결되면서 청문 정국의 첫걸음에서부터 여야의 협치 기조가 삐걱대고 있다.

가뜩이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놓고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시점에서 새 정부 국무위원의 첫 인사청문회마저 파열음을 내면서 정권교체기 협치 기대감이 출발선에서부터 어그러지고 정국이 싸늘하게 얼어붙는 양상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여야 측 위원들이 자료 제출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인 끝에 30분 만에 산회했다.

여야 간사는 결국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다음달 2∼3일로 미룬 상태다.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의사 진행 발언에서 "새 정부의 총리에 대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정과 상식의 잣대로 꼼꼼하고 철저하게 후보자 관련된 의혹이나 이런 부분을 검증하라는 것을 국회의 책무로 맡기셨다"면서 "총리 이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 전관예우의 끝판왕인가, 아닐 거라고 믿는다"고 추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인사청문회만 있으면 정책검증보다 도덕성 검증이라는 이유로 신상 털기로 가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많았다"면서 "수십 년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 재산거래내역까지 요구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고 있던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위원장이 "민주당이나 정의당을 설득할 수 없으면 인준 절차에 커다란 장애가 있을 걸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점을 특별히 고려해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는 제출을 많이 바란다"며 한 후보자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덕수 청문회 파행에 협치 첫걸음 삐걱…청문정국 '산 넘어 산'
여야는 장외에서도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 내각의 구성 첫발부터 훼방을 놓을 핑계에 불과하다"며 "정권교체기에 국민 앞에 여야가 협치의 모습으로 국가의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야 함에도, 민주당의 몽니로 정국은 얼어 붙어가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한 후보자의 의혹에 정말 귀를 닫고 머리를 파묻고 있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벌써 윤 당선자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거수기 정당이 되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장관 후보자 18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산 넘어 산'을 예견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첫 타자인 한 후보자의 경우 전북 전주 출신에 참여정부 총리 출신이라는 점을 민주당 측이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민주당이 '본격 낙마 대상'으로 점찍은 후보자에 대해선 더욱 날카로운 공세를 퍼붓고 이를 방어하려는 국민의힘도 총력 방어 모드를 가동하면서 청문 정국에 일대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민주당이 검증을 잔뜩 벼르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 논란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역시 자녀 장학금 등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한 후보자에 대해 "총리 후보자도 여러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총리 후보자로서 장관 후보자들을 추천했는데 제대로 검증하고 추천했느냐는 것"이라며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장에 나와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윤 대통령 당선인에게 빨리 가서 문제 있는 장관 후보들을 교체해 달라고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