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제대혈 은행은 ‘한물간’ 사업이었다. 탯줄에 있는 혈액을 보관했다가 나중에 난치병에 걸리면 이를 활용해 치료한다는 개념은 ‘미래 의료기술’로 각광받았지만, ‘실제 치료에 쓰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그랬던 제대혈 은행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제대혈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지며 치료 범위도 백혈병 등 혈액질환에서 뇌 신경계질환, 희귀질환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쓰임새가 늘어나자 제대혈을 보관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디포스트의 제대혈 은행 사업 ‘셀트리’는 지난해 258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보다 22.5% 늘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메디포스트는 이 시장에서 1위다. 2위인 차바이오텍도 지난해 매출 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4.5% 늘었다.제대혈은 태아에게 산소·영양분을 공급하는 탯줄에 들어 있는 혈액이다. 특수 가공을 거쳐 냉동 보관했다가 나중에 본인 및 가족이 난치병에 걸리면 치료에 쓸 수 있다. 분만할 때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출생률과 비례해 시장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출생률이 감소하는데도 제대혈 보관 비율이 늘고 있다. 연간 출산하는 부모 가운데 제대혈을 보관하는 비율은 2017년 5.3%에서 지난해 7.6%로 증가했다.제대혈의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제대혈 은행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제대혈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한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 치료에 주로 쓰였다. 최근엔 뇌 신경계질환, 희귀질환 등으로 치료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제대혈에는 연골, 뼈, 근육 등을 만들어내는 간엽줄기세포가 있다. 미국 듀크대는 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해 자폐증, 뇌성마비 등 뇌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쓰임새가 많아지면서 제대혈을 보관하는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제대혈은 유아·청소년기에 발생 빈도가 높은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치료에 주로 쓰여 15년 정도만 보관했지만, 최근 제대혈 활용 범위가 늘면서 제대혈을 평생 보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원더걸스 혜림, 가수 이정현 등 유명인이 자녀의 제대혈을 보관하면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출생률 감소에 따라 한두 명의 자녀를 집중 관리하겠다는 수요가 늘면서 제대혈을 보관하는 부모가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세계 제대혈 은행 시장이 2026년 144억4000만달러(약 18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의 활용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대혈 멀티백’을 개발했다. 제대혈을 4개 백에 나눠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 번 채취한 제대혈을 최대 네 번까지 사용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멀티백을 이용하면 제대혈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쓸 수 있기 때문에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큐라클은 당뇨병성신증 치료제 ‘CU01-1001’의 임상 2b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2b상은 알부민뇨가 나타나는 제2형 당뇨병성 신증 환자를 대상으로 24주간 ‘CU01-1001’을 투여하고,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이다.큐라클은 2a상 연구에서 통계적인 유의성을 보인 ‘추정사구체 여과율(e-GFR)’을 1차 변수로 3상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당뇨병성신증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환자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용량과 세분화된 환자군에 대한 2b상을 진행한 뒤 3상에 진입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2b상에서는 유효성 평가 변수로 30% 요중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의 감소에 도달하는 비율, 신장 기능의 주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Cystatin-C’ ‘TGF-β1’ 등을 추가했다. 신증치료에 필요한 다양한 지표 확인에 중점을 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일일 240mg과 360mg 두 가지 용량에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자 했다.이와 함께 ‘SGLT-2i’를 병용하는 환자군 및 표준치료(ARB, ACEi)와 병용하는 환자군 등을 포함시켰다. 더 다양한 환자군에서 당뇨병성 신장 질환의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큐라클은 이번 임상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최적 용량과 환자군을 대상으로 3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큐라클 관계자는 “약물개발 과정에서 약물의 과학적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뿐 아니라, 약물의 상용화 과정에서 예측되는 기존 치료제에 대한 차별화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큐라클의 개발전략”이라며 “이번 임상 계획 변경으로 CU01의 출시 예상시기가 다소 지연됐지만, 임상성공 가능성을 높여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메신저 리보핵산(mRNA)은 세포 속 단백질 제조 공장에 설계도를 운반하는 유전물질이다. mRNA가 전달한 정보에 맞춰 세포는 공장을 돌려 인체 구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든다.mRNA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61년 5월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서다. 1990년 이를 이용해 단백질을 만드는 동물실험까지 성공했지만 20년간 기술은 책장 속에만 묻혀 있었다. 이 물질을 그대로 몸속에 넣으면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데다 이를 세포 속까지 운반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치료제 상용화에 희망이 싹튼 것은 지질나노입자(LNP)가 개발되면서다. 기름막으로 싸인 작은 공 속에 mRNA를 넣어 세포까지 전달하게 되자 치료제 개발 연구가 봇물 터지듯 늘었다.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암 치료제와 감염병 예방백신이다. mRNA를 이용해 암세포 표면에 많은 단백질을 만들도록 한 뒤 몸속 면역세포가 이를 학습하도록 해 실제 암세포를 죽이는 원리다.백신도 비슷한 방식이다. 바이러스 등의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을 mRNA로 만들어 면역세포가 적으로 인식하도록 학습시킨다.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미국 바이오 회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이런 기술을 활용한 첫 결실이다. 몸속 세포의 공장 기능을 활용하기 때문에 백신 개발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이오엔테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확인한 뒤 후보물질 10개를 추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이틀이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