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현대차는 2.75% 오른 18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는 4.90% 오른 8만3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 등 악재를 뚫고 1분기 호실적을 낸 영향이다. 현대차는 1분기 매출 30조2986억원, 영업이익 1조9289억원을 기록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청치 평균)를 각각 2%, 19% 상회했다. 기아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3572억원, 1조6065억원이었다. 컨센서스를 각각 2%, 28% 웃돌았다. 영업이익률은 8.8%로 2012년 2분기(9.8%) 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판매 물량이 감소했음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등 단가가 높은 차량의 판매량을 늘리면서 실적을 방어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것도 수출 기업인 국내 완성차 업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환율 효과에 늘어난 현대차 영업이익은 5510억원에 달했다. 제네시스와 SUV 판매량이 늘면서 개선된 영업이익은 8100억원이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차를 주문하고 1년여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서면서 딜러 인센티브 지출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분기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요인들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 달러당 평균 1205원이었던 환율이 현재 1250원선까지 올라간데다 딜러 인센티브도 크게 내려간 상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상황이 2분기에도 지속되면서 실적과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22만5000원에서 24만원으로, 메리츠증권은 22만원에서 26만원으로 상향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아의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올렸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기아를 '톱픽'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기아는 현재 재고분이 19일치에 불과하다"며 "현대차(35일치)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차 수요가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율주행차에 대한 로드맵이 불분명한 것은 주가에 약점이다. 고 센터장은 "당장 호실적에 기반해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아질 수 있을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