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를 맞아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성큼성큼 올리고 있는 동안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2금융권은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2금융권의 조달 비용도 빠르게 치솟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 대출시장 공습에 대응하느라 금리 할인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주요 카드사 카드론 금리 1%P↓

은행 대출금리 올리는데…저축은행·카드사는 인하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권의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 2월 기준 연 14.59%였다. 작년 12월(연 15.10%) 이후 2개월 연속 내림세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연 5.12%에서 연 5.33%로 뛰었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작년 9월만 해도 11.05%포인트에 달했는데 같은 해 11월 처음으로 한 자릿수(9.73%포인트)로 좁혀지더니 올 2월엔 9.26%포인트까지 축소됐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도 최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와 NH농협카드의 지난 3월 기준 카드론 금리는 각각 연 12.81%, 연 14.25%로 전달보다 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8개 주요 카드사 중 우리·하나카드를 제외한 신한·삼성·KB국민·롯데카드의 카드론 금리도 적게는 0.43%포인트, 많게는 0.82%포인트 떨어졌다.

2금융권도 1금융권 못지않게 시장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저축은행은 여신 자금의 대부분을 수신에서 조달한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작년 12월 연 2.34%에서 이달 연 2.52%로 뛰었다. 수신 기능이 없어 채권으로 대출 실탄을 채우는 카드사 상황도 비슷하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작년 12월 연 2% 초반에서 이달 연 3% 중반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중금리 경쟁 격화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데도 2금융권이 대출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규제와 경쟁 격화 때문이란 분석이다. 작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되면서 고금리 대출을 사실상 취급하지 못하게 된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카드사는 올해부터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된 데 따른 충격을 받고 있다. 작년까진 DSR 한도를 다 채운 소비자가 카드론을 추가로 받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부터 불가능해지면서 카드론 영업이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행마저 중금리 대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출범 취지에 맞지 않게 고신용자 대상 대출 영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중 연 10% 이상 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8월까지만 해도 5% 남짓이었지만 11월 이후 꾸준히 10%를 웃돌고 있다. 그만큼 중신용자를 타깃으로 대출을 많이 내주고 있다는 얘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반 예·적금 대비 마케팅이나 판매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퇴직연금 잔액이 늘어나고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다”면서도 “대출 총량 규제가 여전히 유지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심화할수록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카드사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다 카드론 수익마저 감소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1금융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시장금리 인상분을 그대로 대출금리에 반영한 은행은 이자 이익 확대에 힘입어 올 1분기에 이미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올 들어 내리막길을 걷던 가계대출 수요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은행엔 호재로 꼽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