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지들이 분양가 상한제 완화를 기대하며 일반분양 시기를 줄줄이 늦추고 있다. 사진은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펜타스’ 시공 현장.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 제공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지들이 분양가 상한제 완화를 기대하며 일반분양 시기를 줄줄이 늦추고 있다. 사진은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펜타스’ 시공 현장.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 제공
수도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새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규제 완화를 기다리며 일반분양 시기를 잇따라 미루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완화될 경우 일반 분양가를 시세에 근접하게 받아 조합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일부 조합은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버티겠다”며 일반분양을 최대한 늦추는 분위기다.

“3.3㎡당 분양가 7000만원 넘겨야”


"상한제 완화 기다리자" 분양 줄줄이 연기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반포동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펜타스’는 올 하반기 일반분양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최근 삼성물산 래미안 공식 홈페이지에도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바꿔 공지됐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641가구 중 263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특히 전용면적 84㎡를 초과하는 중대형인 107㎡, 137㎡, 191㎡ 39가구는 추첨제로 모집할 계획이어서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반포 일대 재건축 주요 단지 중 하나로 서울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초역세권에 자리잡고 있다.

올해 분양을 포기한 이유는 분양가에 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아직 분양가 산정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김종일 조합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분양 절차에 들어갈 수 없다”며 “입지가 우수하고 사업성이 좋은 만큼 1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아 사업비를 충당하며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늦추겠다”고 말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지난해 6월 청약을 받은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와 비교된다. 당시 원베일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3.3㎡당 평균 5653만원에 책정됐다. 신반포15차 조합 측은 고속터미널역 인근 노른자위 땅에 자리잡은 원베일리의 입지와 사업성을 비교할 때 분양가 상한제 아래서는 5000만원대 이상을 책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단지 인근 아크로 리버파크와 래미안 퍼스티지의 3.3㎡당 시세가 1억원을 넘는데, 각종 건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감안했을 때 5000만원대 분양가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시세의 70% 이상인 7000만원은 분양가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출받아서라도 버티자” 줄줄이 연기


분양을 앞둔 다른 재건축단지들도 분양을 줄줄이 늦추고 있다. 경기 광명뉴타운 대장주로 꼽히는 베르몬트로 광명(광명2구역)의 경우 지난해 3.3㎡당 2000만원으로 책정된 분양가 통보 결정에 반발해 조합이 분양을 연기했다. 조합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부 정책 변화를 봐야 할 것 같다”며 “올 상반기 분양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은 상반기에도 일반분양이 불가능하게 됐다. 조합에서 높은 분양가를 받기 위해 택지비 평가를 미루고 있어서다. 지난해 3.3㎡당 일반 분양가는 2869만원으로 책정됐으나 인근 대단지인 ‘문정 래미안’의 시세가 4300만원 수준까지 오르자 조합 측은 “350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며 분양 연기를 택했다.

서초구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하는 신반포 메이플자이는 분양가 문제에다 사업지 내 서울시 소유 땅 매입 문제까지 겹쳐 일반분양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신반포 메이플자이 분양가격도 원베일리와 비슷한 3.3㎡당 5200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조합 측은 7000만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금 여력이 있는 조합 입장에선 상한제 완화 여부를 지켜본 뒤 분양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금융비용이 더 들더라도 버텨서 제도 변화 후 일반분양을 통해 제값을 받는 게 훨씬 이익이라면 조합 입장에선 늦추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며 “이런 상황 때문에 올해 수도권 청약 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