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상속세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응능(應能)부담 원칙(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세금을 부담)과 과세 체계 합리화, 국제적 동향 등을 고려할 때 과세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는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72년째 유지되고 있다. 상속 총액에 따라 상속세율이 결정되고, 이 세율은 각 상속인이 받는 금액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 상속인의 상속재산별로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실질적인 감세 효과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 제도가 있는 24개국 중 유산세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등 4개국뿐이다.

추 후보자의 유산취득세 개편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과세 방식 손질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세계적 추세에 맞춰 상속·증여세 전반에 걸친 합리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상속세제는 잘 알려진 대로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수준이다. 최고세율이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총조세에서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OECD 평균(0.4%)의 무려 일곱 배나 된다.

더 큰 문제는 2000년 세법 개정 이후 22년째 상속세 과표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 1인당 소득은 2.7배나 늘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등 급격한 자산 상승까지 감안하면 부지불식간에 엄청난 자동 증세가 자행된 셈이다. 상속세 공제 한도(10억원) 역시 22년째 제자리고, 증여세 비과세 한도는 8년째 5000만원(성인 자녀)에 묶여 있다.

반면 미국은 개인 상속·증여세 면제 한도를 2010년 100만달러, 2015년 500만달러, 작년 1170만달러로 꾸준히 높여왔다. 그랬더니 자녀 세대의 주택 구입과 창업,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의 새로운 활력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상속에 대한 적개심이 약탈적·징벌적 상속세제를 낳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이제 기업가정신과 근로의욕 고취, 소비 촉진의 취지에서 상속과 ‘부의 긍정적 이전’을 바라볼 때가 됐을 정도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