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가 신약 판도 바꿀 것…더 값싼 혁신 항암제 만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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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코로나 백신 개발 주역'
카탈린 카리코와 화상 인터뷰
mRNA 큰 변화 주도
비용 적게 들고 기술 단순
빠른 치료제 개발 길 열어
에이즈 백신 등
세상에 없던 약 만들고
대상포진 등 고가 백신
가격 확 낮출 수 있어
카탈린 카리코와 화상 인터뷰
mRNA 큰 변화 주도
비용 적게 들고 기술 단순
빠른 치료제 개발 길 열어
에이즈 백신 등
세상에 없던 약 만들고
대상포진 등 고가 백신
가격 확 낮출 수 있어
인류가 코로나19에 반격을 시작한 건 2020년 12월이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다. 인류를 구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은 유례 없는 속도로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에는 없던 백신 기술이었다.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30년 넘게 연구를 계속해온 한 학자의 노력 덕분이었다.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4일 카리코 수석부사장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백신 개발은 물론 암과 유전질환 치료도 mRNA 기술을 활용하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6일 mRNA 백신을 함께 개발한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국제백신연구소,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제정한 ‘제1회 박만훈상’을 받았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mRNA 기술이 지금까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다양한 질환을 정복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특정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정보만 있다면 이를 RNA 치료제 개발로 연결할 수 있다”며 “겸상 적혈구 빈혈증 같은 유전 질환의 경우 척수에 mRNA를 주사하면 된다”고 했다.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도 mRNA 기술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mRNA가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고 보는 건 기존 치료제 개발보다 장점이 명확해서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mRNA 기술은 단순(simple)하고, 빠른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며 “치료하고자 하는 대상 질환만 정하면 누구나 mRNA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바이러스 항원을 배양할 필요 없이 mRNA 치료물질만 제작해 넣어주면 되기 때문에 가격도 적게 든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가 mRNA 기술로 심부전 치료제 개발에 나선 사실을 언급하며 “(mRNA 치료제 개발이)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mRNA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전 세계 mRNA 백신·치료제 시장이 2035년 239억달러(약 2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번째는 기존에 나온 백신의 대체다. 여기에는 개발 속도가 빠르고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고려됐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는 접종하는 데 약 800유로가 든다”며 mRNA 대상포진 백신은 이보다 저렴해 기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싱그릭스는 재조합 소단위 항원 보강 재조합 백신으로, 사백신이다.
그는 그 힘을 ‘긍정 마인드’로 요약했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모든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부정적 스트레스를 긍정적 스트레스로 바꾸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부정적 스트레스는 자신을 죽이지만, 긍정적 스트레스는 발전으로 이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왜 나에게만?(why me?)’이라는 생각보다 ‘다음은 내가 뭘 해야 하지?(what next?)’라고 생각했다”며 “이미 닥친 현실은 바꿀 순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변에선 자신을 불행 속에서 고군분투한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난 진심으로 행복했다”며 “내가 처한 연구 환경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헝가리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 결과를 직접 접할 수 있어 불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건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나를 비판하고 재단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백신 개발은 물론 암과 유전질환 치료도 mRNA 기술을 활용하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6일 mRNA 백신을 함께 개발한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국제백신연구소,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제정한 ‘제1회 박만훈상’을 받았다.
“mRNA로 암·유전질환 치료 시대”
mRNA는 세포가 항원 단백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설계도’ 전달자 역할을 한다. mRNA가 전달한 설계도에 따라 만들어진 항원에 대항하도록 몸속에서는 방어 체계가 가동된다. mRNA 코로나19 백신도 이런 원리로 몸 안에서 항체를 형성시킨다.카리코 수석부사장은 mRNA 기술이 지금까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다양한 질환을 정복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특정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정보만 있다면 이를 RNA 치료제 개발로 연결할 수 있다”며 “겸상 적혈구 빈혈증 같은 유전 질환의 경우 척수에 mRNA를 주사하면 된다”고 했다.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도 mRNA 기술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mRNA가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고 보는 건 기존 치료제 개발보다 장점이 명확해서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mRNA 기술은 단순(simple)하고, 빠른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며 “치료하고자 하는 대상 질환만 정하면 누구나 mRNA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바이러스 항원을 배양할 필요 없이 mRNA 치료물질만 제작해 넣어주면 되기 때문에 가격도 적게 든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가 mRNA 기술로 심부전 치료제 개발에 나선 사실을 언급하며 “(mRNA 치료제 개발이)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mRNA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전 세계 mRNA 백신·치료제 시장이 2035년 239억달러(약 2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값비싼 기존 백신도 mRNA 대체”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백신 개발 분야에서 mRNA가 두 가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첫 번째는 아직 개발되지 못한 감염병 백신 개발 가속화다. 그는 “mRNA를 통해 인류가 갖고 있지 못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며 “대표적인 게 에이즈 백신”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모더나는 이미 mRNA 에이즈 백신 임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두 번째는 기존에 나온 백신의 대체다. 여기에는 개발 속도가 빠르고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고려됐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는 접종하는 데 약 800유로가 든다”며 mRNA 대상포진 백신은 이보다 저렴해 기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싱그릭스는 재조합 소단위 항원 보강 재조합 백신으로, 사백신이다.
“30년 연구 원동력은 긍정 마인드”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카리코 수석부사장의 mRNA 연구는 비로소 빛을 봤지만 과정은 고난 그 자체였다. 동료들로부터 “mRNA 백신 개발은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대학에선 연봉 삭감도 당했다. 연구 성과가 시원찮다는 이유에서였다. 설상가상으로 암까지 걸렸다. 그런 절망적 상황에서 그가 30여 년간 연구실로 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그는 그 힘을 ‘긍정 마인드’로 요약했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모든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부정적 스트레스를 긍정적 스트레스로 바꾸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부정적 스트레스는 자신을 죽이지만, 긍정적 스트레스는 발전으로 이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왜 나에게만?(why me?)’이라는 생각보다 ‘다음은 내가 뭘 해야 하지?(what next?)’라고 생각했다”며 “이미 닥친 현실은 바꿀 순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변에선 자신을 불행 속에서 고군분투한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난 진심으로 행복했다”며 “내가 처한 연구 환경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헝가리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 결과를 직접 접할 수 있어 불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건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나를 비판하고 재단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