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美제재에 이 갈았다…작년 신기술에 220억弗 투자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가 연구개발(R&D)비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력으로 미국의 제재에 맞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연구개발에 220억달러(약 27조원)를 지출했다. 작년 순이익(약 21조원)을 넘는 금액으로, 지난해 매출(약 122조원)의 22%에 달했다. 매출 대비 비중은 2012년 13.2%에서 2020년 15.9%로 높아졌다.

화웨이만큼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큰 미국 IT 기업은 없었다.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1%였다. 구글을 운영하는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 12%였다. 애플은 6%에 그쳤다. 메타만이 매출의 20%를 연구개발에 썼다.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인한 위기를 기술개발로 벗어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는 2019년 시작된 미국의 제재 탓에 지난해 매출이 122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28% 감소했다. 화웨이의 연 매출이 줄어든 건 3세대(3G) 통신 투자에 실패한 2002년 이후 처음이었다.

화웨이는 최근 3년 가까이 반도체 공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반도체 생산 기업은 공급을 끊었고 파운드리 기업도 화웨이가 위탁한 칩을 제조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들어갈 반도체 칩을 확보하지 못해 스마트폰 사업이 축소됐다.

화웨이는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제품 품목 수를 줄이고 공급망 관리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R&D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 등 일부 사업부도 중국 국유기업에 매각했다.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화웨이가 처한 위기는 비용 절감으론 해결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선진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