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당국이 사실상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에 착수했다. 베이징 전수 조사는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까지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감염자·봉쇄지역 늘어날 듯

베이징, 봉쇄 임박했나…2000만명 PCR 검사
베이징시는 26일과 28일, 30일 세 차례에 걸쳐 둥청구, 시청구 등 11개 구(區)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핵산(PCR) 검사를 시행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앞서 인구 360만 명인 차오양구가 전날부터 격일로 세 차례의 전수 검사에 착수했다.

베이징의 16개 구 가운데 이들 12개 구는 전체 인구(2021년 말 기준 2188만 명)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검사하는 셈이다. 나머지 4개 구는 서울시만 한 면적에 50만 명 안팎이 사는 농촌 지역이다.

베이징의 지난 25일 기준 신규 감염자는 33명으로, 신파디시장발(發) 감염이 확산하던 2020년 6월 13일(36명) 이후 최다 기록이다. 신파디시장 사태 때 검사 인원은 160만 명이었다. 이번에 검사 인원을 대폭 늘린 데다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사례가 상당수여서 신규 감염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베이징의 이번 집단감염은 차오양구의 한 중학교에서 22일부터 본격화했다. 25일까지 이곳 일대 감염자는 80명이다. 이들은 도심 병원 직원, 택배기사, 음식점 종업원 등이며, 밀접접촉자만 2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시는 전날 차오양구 내 집단감염 발생지 약 15㎢ 지역을 임시 관리·통제구역으로 지정해 사실상 봉쇄했다. 감염자가 나온 아파트 등 주거지와 직장 건물 등에 대한 출입 차단 조치도 이어질 예정이다. 베이징시는 시내 문화·예술 활동, 스포츠 행사, 오프라인 사교육, 가정집 인테리어 공사 등도 잠정 중단했다.

인민은행, 외환지준율 첫 인하

베이징 봉쇄 가능성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되자 중국 금융당국이 환율 개입에 나섰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은행들의 외화 지급준비율을 5월 15일부터 기존 9%에서 8%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외화지준율을 내리면 달러 유통량이 늘어난다. 급격한 위안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방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민은행의 조치에 힘입어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장중 0.45% 하락한 달러당 6.5405위안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위안화 환율은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3%나 뛰었다. 인민은행이 외화지준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3%로 결정한 이후 2004년 3%, 2006년 4%, 2007년 5%로 올렸다. 이후 14년 만인 지난해 두 차례 7%와 9%로 올렸다.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선 이번 환율 상승세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런데도 당국이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의 중국 자산 매도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위안화로 표시된 자산들의 가치도 떨어진다. 외국인은 지난달 중국 채권을 역대 최대인 1125억위안어치 팔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달러 유출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는 또 지난달 중국 주식을 역대 세 번째인 450억위안어치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32억위안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2014년 11월 홍콩증시를 통한 교차매매로 외국인의 중국 주식 투자가 본격화한 이후 두 달 연속 순매도가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외국인 자금 이탈 여파에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0선이 깨진 데 이어 이날도 1.44% 하락했다. 인민은행의 조치에 힘입어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0.15% 하락한 달러당 6.5495위안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