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가운데)이 26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수완박 입법폭주를 중단하라’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가운데)이 26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수완박 입법폭주를 중단하라’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기존 합의를 번복하고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야가 어렵게 의원총회까지 거쳐 추인한 합의안”이라며 법안 심사를 강행했다. 다만 정의당의 제안을 일부 받아들여 선거범죄 수사권은 연말까지 남겨두기로 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안에 대해 ‘잘한 합의’라고 평가한 만큼 당초 목표로 했던 다음달 3일 국무회의 의결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를 열고 검수완박 관련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이날 전체회의 처리까지 마무리하고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목표다. 국민의힘은 이날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소위 퇴장을 불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긴급 의원총회까지 열었지만 민주당을 저지하지 못했다.

의결안은 여야 합의안을 골자로 하되 검사의 직무 중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죄의 종류를 부패·경제범죄 두 가지로 엄격히 제한했다. 부패·경제범죄 수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총장이 검찰청의 직접 수사 부서 및 소속 검사·수사관 등 현황을 분기마다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넣었다. 당초 중재안에서 떼어내기로 한 4개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선거범죄의 경우 올해 12월 31일까지는 검찰에 남겨두기로 했다. ‘정치권 방탄용이냐’는 비난을 의식해 애초 합의안에는 없던 정의당의 제안을 수용했다.

다만 검찰에 남겨두기로 한 검찰청법상 보완수사권 수사 범위를 ‘당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한정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의 문제로 지적됐던 ‘별건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도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보완 수사권을 단일·동일성 개념으로 묶으면 보완 수사는 껍데기가 되는 것”이라며 “당초 국회의장 중재안과 달리 여죄 수사를 못하는 법안을 강행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유상범 의원은 “모든 법적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인 데다 국회의장의 동의까지 얻은 중재안 통과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인 다음달 3일 법안 의결을 목표로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본회의를 열어 표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수완박 관련 법안으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등 2개가 제출된 가운데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는 데 각각 하루가 필요하고, 법안을 처리하는 데 추가로 하루가 더 필요하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협조 여부가 변수다. 여야 합의가 안 된 법안은 박 의장이 직권 상정해야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다. 다만 지난 22일 국민의힘이 의총에서 수용하기로 했던 의장 중재 합의안을 뒤집은 만큼 박 의장 입장에서는 직권상정의 명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유정/전범진/맹진규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