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윤 당선인 측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 방식을 두고선 "위험하다"고 강도를 높였다. 또한 문 대통령은 본인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을 통해 공격받았다며 개인적인 아쉬움도 표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방송된 JTBC '대담-문재인의 5년'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개인적으로는 새 정부의 집무실 이전 계획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尹 일체의 업무추진 방식 참 수긍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어디가 적지인지 두루 여론 수렴도 해 보지 않고, 게다가 지금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방 빼라', '우리는 거기 쓰겠다', '5월 10일부터 업무 시작하겠다' 이런 식의 추진이 저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전이 필요하다면 어디가 적지일지 충분히 논의하고 적지라고 판단된다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안정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게 한 뒤에 그 계획에 따라 집무실을 이전하는 그런 식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 이런 식의 결정과 일체의 추진 방식은 참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새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마치 1호 국정과제처럼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그것으로 신구 권력 간 갈등을 크게 할 수 없는 것이니, 우리 정부는 적어도 국정·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협력은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석희 전 앵커가 '대통령도 집무실 이전을 공약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저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했고, 그것을 못하게 된 이유도 당시 설명해 드렸다. 제가 구상했던 것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만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겠다는 것이었다"며 "본관이나 영빈관 같은 의전 공간, 헬기장이나 지하 벙커, 위기관리센터 이런 부분들은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난 이후에도 필요할 때는 청와대를 사용한다는 개념이었다. 지금 (윤석열) 당선인 측이 하는 '통으로 아예 옮기겠다'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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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尹이 바란다고 입 닫아야 하나"

문 대통령은 "잘 알지 못한 채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하면 '맞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국정운영 경험자로서의 의무"라면서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릴 거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를 운영해본 사람으로서 정부 조직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새 당선인 측이 (정부 조직 개편을) 하려고 하니까 입 닫고 가만히 있는다? 반대 의견을 밝히는 걸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여가부가 시대적 소명이 다했다고 하면 (당선인 측이) 폐지를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여전히 중요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면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대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과정을 비정상적인 갈등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획일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도 당선인 측도 초기에는 막무가내였지만, 선거운동 기간이었으니까 그렇다 치고, 막무가내로 개편하고자 했다면 그냥 반대를 넘어서 기자회견이라도 필요하면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지금은 당선인 측에서도 숙고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왕적 대통령' 왜곡 프레임으로 공격…盧가 제왕이었나"

'임기 내 아쉬운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아예 왜곡된 프레임이 작동했던 것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부분이다. 제가 제왕적 대통령이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었겠나. 소탈한 대통령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은 우리 헌법이나 법률에 정해져 있다. 중요한 권한이긴 하지만, 마구 휘두를 수 있는 힘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민주적 대통령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그런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권한을 넘어서서 초법적 권력을 행사한 게 제왕적 대통령"이라며 "프레임화해서 공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임 내 성과 중 평가가 아쉬운 부분이 무엇이 있나'라는 손 전 앵커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이 굉장히 경제적으로 후퇴시켰다는 평가는 잘못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5년을 보면 고용은 크게 늘었고 우리 경제는 훨씬 성장했다"며 "사상 최대 수출에 세계 10위권 경제 등 모든 경제지표가 다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분배도 대단히 개선됐고, 거기에 대해서는 온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꼭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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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선제타격 발언 부적절…긴장 고조시킬 수도"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강경한 대북관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윤 당선인이 선제타격을 이야기하는 건 국가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굉장히 거칠게 표현하는, 예를 들어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든지 이런 식의 표현은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이면 몰라도 국가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해 "왜냐하면 언젠가는 새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젠가는 마주 앉아서 대화할 수도 있는데, 그때를 생각한다면 말 한마디가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그만큼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아마 그 점은 윤 당선인이 북한을 상대해보거나 대화해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빠르게 대통령답게 '대통령의 모드'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 후보 시절과 대통령 당선의 모드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