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이탈 우려 확산
“밤 11시, 12시에 퇴근하면 새벽 6시에 곧장 회의야. 아내가 더 이상 못 참겠대.”
“돈만 있고 삶이 없어. 삶의 질이 너무 안 좋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직원들이 최근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 등에 올린 글 일부다. 최근 TSMC 직원들 사이에선 장시간 근무와 회의 등을 둘러싼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가 최근 과도한 업무 강도 등으로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대만은 물론 미국 오리건주 등 주요 사업장에서 관련 잡음이 많다는 전언이다. 각종 커뮤니티엔 연일 TSMC의 업무 강도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TSMC 직원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지지 않는 기업 문화를 주로 토로했다. TSMC는 근무 시간이나 업무 강도가 동종 업계에서도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일하고 잠만 자는 생활,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목숨(건강)과 바꿔 월급을 받는 것 같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등의 글이 대부분이다.
최근 사직서를 낸 TSMC 직원은 “직원은 퇴사하고 싶은데 밖에선 입사하고 싶어서 난리”라며 “퇴사하려고 7공장에서 신변 정리를 하는데 입사 면접을 보러 온 줄이 정말 길더라”고 글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최근 몇년 새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면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인기가 높아졌다”며 “실상은 입사 희망자가 많지만 퇴사하려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TSMC 내에선 합리적인 근무 환경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심화될 경우 반도체 기술 인력 이탈 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 와중에 TSMC 사업은 계속 커지는 분위기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시장 점유율 53%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8%로 2위에 머물렀다. 이어 대만 UMC 7%, 미국 GF(글로벌파운드리) 6%, 중국 SMIC 5% 순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TSMC의 시장 점유율이 56%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지난해보다 2%포인트 낮은 16% 수준으로 내다봤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