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들이 외부 인재영입을 통해 입법 자문업무에 힘을 싣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국회에서 근무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입법자문 조직의 규모를 불리고 있다. 기업들의 입법 자문수요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관련 일감을 선제적으로 따내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전직 국회의원 등 줄줄이 영입…입법자문 강화나선 로펌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최근 김정훈 전 국회 정무위원장(사진)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김 고문은 앞으로 입법컨설팅팀에서 입법과 관련한 자문 등을 도울 계획이다. 김 고문은 198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제17대 국회의원(부산남구갑)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그 후 18·19·20대 국회의원에도 연이어 당선됐다. 17대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18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등 굵직한 역할을 맡았다.

광장은 2011년 입법컨설팅 전문팀을 만들어 각종 입법 자문과 행정법령, 국회의 법률 제·개정 절차, 지방자치단체의 자치 법규 등에 대한 대응 업무를 하고 있다. 10년 넘게 외부 인재영입 등을 통해 이 분야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김 고문에 앞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진섭 변호사와 17·18·19대 국회의원이던 우윤근 변호사를 영입했다.

법무법인 화우도 지난해 김성식 전 의원과 이종후 전 국회예산정책처장을 고문으로 영입해 입법 자문업무에 힘을 실었다. 김 고문은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언장과 개획재정위원회 간사 등을 맡았다. 이 고문은 국회예산정책처장 이전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 주오스트리아대사관 공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세종도 지난해 장대섭 전 국회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장 고문 역시 운영위원회 외에도 사무처(의사국장·기획조정실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입법심의관) 국토교통위원회(수석전문위원) 등 국회 업무를 두루 경험한 입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로펌들이 입법 자문 조직 규모를 키우는 것은 늘어나는 기업들의 입법 자문의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을 개정하거나, 해당 법안내용에 대한 유권해석이 최대한 유리하게 나올 수 있도록 로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국내외 법령과 판례 분석을 통한 법적 논리 개발과 국회와 정부 담당자를 만나 설득하는 일 등을 로펌에 의뢰하고 있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하면 입법과정에 필요한 절차 등에 관한 노하우를 얻을 뿐만 아니라 자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도 넓게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펌업계에선 국회에서 발의하는 법안이 거듭 증가하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갈수록 입법 자문업무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개원 후 지금까지 발의한 법안은 총 1만4991건에 달한다. 임기 절반도 안 돼 20대 국회(2만4141건)의 62%를 채웠다. 18대 국회(1만3913건)와 19대 국회(1만7822건)의 법안 발의 수를 고려하면 발의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 규제 완화를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시기에 맞춰 기업들이 최대한 경영에 유리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