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지성 /사진=DG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지성 /사진=DG엔터테인먼트 제공
"(워너원 활동 때에 비해) 관심을 못 받는 건 사실이죠. 이럴 걸 알고 있었고 인정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보는 꽃은 아니지만, 항상 그 자리에 피어있는 꽃이었으면 해요. 지나가다 문득 보고 '저 꽃 예쁘다'라고 했는데, 사실 그 꽃은 항상 그곳에 피어있었던 그런 존재 말이죠."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이 떠나질 않던 가수 윤지성의 얼굴에 순간 진지함이 묻어났다. 치열한 경쟁이 오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워너원에 합류해 K팝 대표 보이그룹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솔로로 새로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을 그의 시간을 함축해놓은 듯한 말이었다.

워너원은 물론 군대 이야기까지 지나온 시간을 말하는 목소리에서는 단단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 모든 것들이 새 봉오리를 틔우는 자양분이 된 듯했다.

윤지성은 27일 오후 6시 세 번째 미니 앨범 '미로(薇路)'를 발매한다. 앨범명은 한자 '장미 미'에 '길 로'를 결합해 '장미꽃 길'을 의미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이들에게 우리들만의 꽃길을 그려 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앨범에는 총 5곡이 수록됐는데, 윤지성은 이 중 4곡의 작사 및 작곡에 참여했다. 앞서 작사를 한 경험은 있지만 작곡까지 한 자작곡이 앨범에 실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 작사, 작곡한 '블룸(BLOOM)'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윤지성은 '블룸'에 대해 "제 첫 작업물이다. 작사한 곡은 군대 입대 전에 팬송으로 낸 적이 있지만 작곡은 처음"이라면서 "내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었다. 내가 쓴 노래라 자신 있었다. 무조건 이 곡을 타이틀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말 빡빡 우겼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블룸'은 2019년 윤지성이 군 복무 중에 만든 곡이다. "2년 정도 묵혀있던 노래"라고 소개한 그는 "군 뮤지컬을 했었는데 공연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야경을 보는 데 정말 예쁘더라. 마치 밤에 피는 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하나의 색깔 같았다. 예쁜 감성의 곡이 나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블룸'은 경쾌한 밴드 사운드와 레트로한 감성이 만난 컨템포러리 팝 장르의 곡이다. 윤지성은 "사실 초안은 댄스곡이 아닌 시티팝 느낌이었는데 더 대중적으로 편안하고 신나는 곡을 선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댄스곡으로 탄생하게 됐다"고 작업 비하인드를 전했다.
가수 윤지성 /사진=DG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지성 /사진=DG엔터테인먼트 제공
작사, 작곡 모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윤지성은 '일단 부딪히는 방법'을 택했다고. 그는 "정말 단순하게 가사를 군 수첩에다가 적었고, 휴대폰 음성 메모에 음을 붙여 녹음했다. 이후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친구에게 그 음을 코드에 맞춰 쳐달라고 부탁했고, 거기에 다시 목소리를 입혀 녹음했다. 그 초안으로 처음 내게 곡을 줬던 분이 모노트리의 손고은이다. '너의 페이지'라는 곡이었다"고 회상했다.

주도적으로 앨범 작업에 나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윤지성은 "많이 힘들었다. 객관적인 평가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른 작곡가가 준 곡으로 작업을 하면 객관적인 평가가 되는데 내가 만든 노래다 보니 그런 접근이 어렵더라. 회사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동생이나 강아지에게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며 웃었다.

"저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거잖아요. 혼자 직관적으로 작업물에 대한 평가를 받는 상황이 다가오니까 너무 긴장돼요. 떨리고 무섭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설렘과 기대감도 있어요. 많은 분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며 차곡차곡 더 채워가고 싶어요. "

"사람 윤지성은 겁쟁이인데 연예인 윤지성은 도전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연예인으로서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대단한 결과물을 냈다기보다는 열심히 이 직업에 열의를 갖고 공부하고 있고, 지금도 노력해나가고 싶은 마음인 거죠."


수록곡 중에는 워너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그룹 AB6IX 멤버 이대휘가 작사·작곡하고, 뉴이스트 출신 김종현이 피처링에 참여한 '서머 드라이브(SUMMER DRIVE)'라는 곡이 담겨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윤지성은 "이번 앨범에 내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함께 작업해주면 좋을 것 같더라. 그간 함께 작업해오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함께 출연했던 대휘와 종현이가 떠올랐다. 대휘가 노래를 3, 4개 정도 보내줬는데 곡을 택하고 나니 바로 종현이가 생각났다. 연락하니 선뜻 해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대휘가 처음 노래를 줬을 때 한여름 곡이었다. 앨범이 한여름에 나오는 게 아니라 걱정이 돼 가사를 조금 바꿔도 되냐고 물었더니 '난 형이 많이 참여해줄수록 좋다. 바꾸고 싶으면 바꾸고 의견을 많이 내줬으면 한다'고 하더라. 가사를 보면 대휘와 내가 함께한 추억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 부분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종현이를 내가 직접 모시러 갔다. 정말 고마워서 자차로 종현이 집까지 가서 녹음실까지 모셔 왔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도 했다.
가수 윤지성 /사진=DG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지성 /사진=DG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년 12월 제대 후 윤지성은 솔로 가수는 물론, 뮤지컬 무대에도 오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군 생활은 그에게 큰 활동 동력이 됐다고 한다.

아직도 선·후임들과 연락하고 지낸다는 윤지성은 "군 생활을 굉장히 즐겁게 했다. 군 뮤지컬을 하면서 10년 이상 연차 차이가 나는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했다. 형들이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날 '이쁜이'라고 부르며 정말 잘 챙겨줬다. 또 군악대 복무를 했기 때문에 자대에 가면 심벌즈, 알토 색소폰 등을 불었고 서울대, 버클리 음대 등을 다니는 전공자들도 많았다. 모든 경험이 내겐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제대한지 2년쯤 지나 연예인 윤지성으로서는 한 차례 힘든 순간을 겪기도 했다. Mnet 시상식 'MAMA'에서 워너원 재결합 무대를 한 직후였다.

"워너원 무대 영상 댓글에 '윤지성 군대 휴가 나와서 하고 있냐?'는 게 있더라고요. 전 드라마, 뮤지컬 등에 출연하며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매체 노출도가 낮아서 그런 것 같았어요. 그때 완전 매너리즘에 빠졌죠. 쉴 새 없이 달렸는데 난 아직도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힘들었어요. 길 가다가도 주저앉아서 울고, 녹음하다가 울고, 강아지 밥 주다가도 울었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묻자 "딛고 일어선 개념은 아니고, 그냥 일정 부분을 포기한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지성은 "결과물은 내 팬들과 가족, 회사 사람들이 알아주니까 나의 일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만 한 편으로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 많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이번 앨범도 1위를 하고 싶어서, 빌보드에 가고 싶어서 낸 게 아니거든요. 가수 윤지성이 도전 의식을 갖고 항상 발전해나가려고 하고 있고, 대중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담았어요. 어느 방면에서든 저라는 사람을 천천히 대중에 스며들게 하고 싶어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