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병기 의원 SNS
사진=김병기 의원 SNS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6·1 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공천 신청자의 병역기피 전력을 이유로 내려진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이 도마에 올랐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2일 서울 동작구청장 선거 예비후보로 지원했던 허영일 전 민주당 대변인을 컷오프하기로 결정했다.

공관위이 허 전 대변인을 컷오프하기로 한 데에는 그가 고의로 군 복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허 전 대변인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30여년 전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할 때의 행적 때문이란 이유에 아연실색했다”고 반발했다. 고려대 이과대 학생회장과 전대협 통일정책실장을 지냈던 그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과 검찰, 국가정보원의 지명수배와 내사를 받으며 15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했다.

허 전 대변인은 “쫓기는 과정에 군 징집 영장이 나왔다”며 “동지와 조직을 보호해야 해 수배자 신분으로 군 입대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배가 계속되는 과정에 징집연령을 초과했다”며 “결국 2년 3개월의 복무기간 대신 15년 가까운 지명수배 기간과 국정원의 쫓기는 세월을 겪었다”고 술회했다.
사진=허영일 후보 SNS
사진=허영일 후보 SNS
허 전 대변인은 민주당의 컷오프 결정에 대해 “민주주의와 통일을 창당이념으로 하는 민주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과거로 다시 돌아가 국정원에 저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조사받는 기분이라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허 전 대변인 측은 컷오프 결정은 민주당 서울시당 공관위 간사를 맡은 김병기 민주당 의원(서울 동작갑)이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국정원 직원 출신이다.

김 의원은 컷오프 결정이 논란이 되자 23일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그는 “행방불명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들이 2021년 기준으로 7450명이나 된다”며 “행방불명으로 인한 군 면제는 병역기피의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인 사실을 언급하며 “어떤 요설을 들이대도 의무를 기피한 자들이 권리와 혜택만을 누린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도 했다.

이 글에서 김 의원은 특정인의 성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컷오프에 반발한 허 전 대변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허 전 대변인은 민주당에 재심을 요구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르면 27일 허 전 대변인 컷오프에 대한 재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서울시당 공관위 결정에 김 의원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