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미루고 임상 축소…우크라戰 장기화에 국내외 제약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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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전쟁으로 MS 치료제 임상 차질"
DMD 치료제 개발 일정도 1년 늦춰
국내선 종근당·신풍제약 임상계획 수정
DMD 치료제 개발 일정도 1년 늦춰
국내선 종근당·신풍제약 임상계획 수정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외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이 타격을 받고 있다. 치료제 개발 일정이 늦춰지는가하면 임상 계획을 축소 및 수정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약 임상시험을 위한 주요 지역으로 꼽히던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석달째 이어지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선 수백만 명이 대피하고 의료시설이 파괴되면서 임상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로슈는 다른 국가에서 참가자를 추가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슈의 뒤센형 근위축증(DMD) 치료제 개발 일정도 1년 늦춰졌다. 로슈는 2019년 3조원 이상(로열티 포함)을 들여 사렙타 테라퓨틱스의 DMD 신약후보물질 'SRP-9001'의 미국 외 지역 권리를 확보했다. 당초 내년에 승인받겠다는 목표였지만 이번 어닝콜에서 2024년으로 1년 미뤘다.
빌 앤더슨 로슈 최고경영자(CEO)는 "연구를 계속하려면 다른 나라에서 임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임상 사이트를 등록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2023년 말까지 임상 3상 최종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주요 임상 시험대로 삼아온 글로벌 제약사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backfiring)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동유럽은 연구자들의 수준이 높고, 임상에 기꺼이 참여하려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의 매력적인 임상시험 지역(attractive trial location)이었다"고 했다. 임상시험 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동유럽으로 몰린 배경이다.
앤더슨 CEO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신경질환 환자 임상시험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고 했다.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신풍제약도 지난 2월 임상 국가 중 러시아를 콜롬비아로 대체했다.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 임상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휴메딕스·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보란파마)도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사업을 중단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수출 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적 영향은 적을 것"이라면서도 "두 국가에서 진행하는 다국적 임상시험에 차질이 생기고 있어 향후 동유럽 진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로슈,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개발에 차질
27일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지난 25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발표회(어닝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다발성 경화증(MS) 치료제 개발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로슈는 'BTK' 억제제 '페네브루티닙(fenebrutinib)'으로 MS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임상을 위해 모집된 환자 20~30%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있어 임상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선 수백만 명이 대피하고 의료시설이 파괴되면서 임상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로슈는 다른 국가에서 참가자를 추가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슈의 뒤센형 근위축증(DMD) 치료제 개발 일정도 1년 늦춰졌다. 로슈는 2019년 3조원 이상(로열티 포함)을 들여 사렙타 테라퓨틱스의 DMD 신약후보물질 'SRP-9001'의 미국 외 지역 권리를 확보했다. 당초 내년에 승인받겠다는 목표였지만 이번 어닝콜에서 2024년으로 1년 미뤘다.
빌 앤더슨 로슈 최고경영자(CEO)는 "연구를 계속하려면 다른 나라에서 임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임상 사이트를 등록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2023년 말까지 임상 3상 최종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풍 맞아"
로슈뿐만이 아니다. 애브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환자 등록 절차를 포함해 모든 임상시험 절차를 중단했다. 노바티스도 러시아에서의 자본 투자, 마케팅 등을 전면 중단했다. 화이자 애보트 머크 일라이릴리 등도 마찬가지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임상의 10%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주변 국가들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쟁 발발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는 다국적 임상은 총 1344개였다.외신들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주요 임상 시험대로 삼아온 글로벌 제약사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backfiring)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동유럽은 연구자들의 수준이 높고, 임상에 기꺼이 참여하려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의 매력적인 임상시험 지역(attractive trial location)이었다"고 했다. 임상시험 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동유럽으로 몰린 배경이다.
앤더슨 CEO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신경질환 환자 임상시험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고 했다.
종근당·신풍도 임상 계획 수정
국내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탄이 튀었다. 종근당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해외 임상계획을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을 포함한 8개국에서 환자 600명을 모집해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일단 국내에서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종근당은 중간 결과가 긍정적이면 단계적으로 임상을 해외로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나파벨탄은 코로나19 중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라 국내 환자 모집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신풍제약도 지난 2월 임상 국가 중 러시아를 콜롬비아로 대체했다.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 임상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휴메딕스·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보란파마)도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사업을 중단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수출 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적 영향은 적을 것"이라면서도 "두 국가에서 진행하는 다국적 임상시험에 차질이 생기고 있어 향후 동유럽 진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