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 재편·IPO 및 분할 등도 자산 증가 배경
SK, '반도체-배터리-바이오'로 16년 만에 재계 순위 2위로 점프
SK그룹이 대기업 자산 순위 2위로 올라선 배경에는 반도체를 그룹의 주력으로 삼고, 배터리와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를 계속 발굴한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다 주요 계열사들의 지속적인 사업 모델 혁신과 재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공개(IPO) 및 분할 등으로 전반적으로 규모가 커진 것도 하나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27일 재계와 SK그룹 등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화학과 ICT 중심이던 그룹 성장동력에 2012년 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를 장착했고, 이후 배터리와 바이오를 추가하며 자산을 불렸다.

그룹 내에서는 이들 3가지 분야를 합해 'BBC'라고 일컫는다.

배터리(Battery)와 바이오(Bio), 반도체(Chip)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이들 분야에 집중한 것이 2005년 말 54조8천억원으로 대기업 자산 순위 3위에 오른 뒤 16년 만에 한 계단 더 상승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는 게 SK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를 강조하면서 단행된 성장동력 발굴이 자산 규모를 키웠고, 이렇게 늘어난 자산은 또 다른 성장동력 발굴의 발판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반도체-배터리-바이오'로 16년 만에 재계 순위 2위로 점프
SK그룹의 대표적인 자산 증가 분야는 반도체 산업이다.

지난해 자산 증가액 52조5천억원 가운데 20조9천억원이 반도체 분야다.

SK는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설비 및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했다.

SK는 하이닉스 인수 첫해 청주 M12를 시작으로 2015년 M14(이천), 2018년 M15(청주), 2021년 M16(이천) 등 반도체 공장 4개를 증설했다.

이들 공장 면적을 합하면 축구장 29개 크기에 달한다는 게 SK그룹의 설명이다.

또 반도체용 특수가스(SK머티리얼즈)와 웨이퍼(SK실트론) 회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연관 제품을 전략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때마침 반도체 호황기가 찾아오면서 반도체 분야 매출이 상승했고, 이를 바탕으로 인텔 낸드 사업부까지 인수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자산은 2012년 말 18조2천억원에서 지난해 말 85조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의 자산 합계도 2조4천억원에서 4조7천억원으로 증가했다.

비즈니스 모델 재편도 자산을 불리는 데 있어 한 축을 담당했다.

SK㈜와 SK E&S는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 파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고,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및 수처리 업체인 EMC홀딩스 등을 인수·합병했다.

SKC와 SK케미칼도 각각 그린 에너지와 바이오산업에 진출했다.

이처럼 주요 계열사들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첨단소재 분야 신규 사업에 진출하거나 투자에 공을 들인 결과 2016년 말 SK그룹의 자산은 170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말 292조원으로 121조3천억원이나 불었다.

기업 가치 제고 노력도 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2020년 7월 바이오팜을 시작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리츠 등 4개 사를 상장하면서 자산이 4조원 순증됐다.

앞으로 SK에코플랜트, SK쉴더스 등의 IPO도 예정돼 있어 지속적인 자산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SK온을 물적분할한데 이어 정보통신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원을 발굴하기 위해 SK스퀘어를 인적분할하는 등 4개 기업을 분할하면서 자산이 15조원이나 늘어났다.

SK그룹 관계자는 "자산 규모와 같은 외형적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기업 가치나 사회적 가치(SV),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같은 핵심 지표를 높이는 데 앞장서 주주, 투자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