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대규모 인원감축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나스닥 기술주 종목들의 주가부진과 급변하는 연구개발(R&D) 환경에 발맞추어 생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27일(미국 시간) 제약 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조직개편을 통해 대규모 인원을 감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절감액은 2024년까지 연간 최소 10억 달러다. 노바티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조직개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노바티스는 전 세계에 10만4300명 이상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노바티스는 이달 초 종양학(Oncology)과 제약(Pharmaceutical) 부서를 혁신 의약품 부서로 통합했다. 또한 노바티스는 제네릭 담당 파트인 산도즈를 유지하거나 분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글로벌 제약 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흐름은 인원 감축이다. 주가 약세 등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중소 신약벤처기업은 물론 호실적을 기록 중인 대형 제약사까지 이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해외 유력 제약바이오 매체인 피어스바이오테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원감축을 발표한 제약 바이오기업의 수가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중엔 1달에 2개 꼴이었으나, 새해 들어 △1월 9개 △2월 5개 △3월 17개 기업이 인원감축을 발표했다. 월 평균 5배 증가한 것이다.
노바티스 외에도 바이오젠, 미국 머크(MSD), 길리어드, 다이치 산쿄 등 대형 제약사가 인원 감축을 발표했다. 주된 원인은 비용 절감을 통한 현금 마련 및 ‘선택과 집중’이다.
바이오젠은 아두헬름 출시 이후 발생한 여러 잡음들이 구조조정을 앞당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SD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항생제 공장을 폐쇄하며 직원 300여명을 해고했다.
길리어드는 2020년 210억 달러에 인수한 이뮤노메딕스 인원 100여명을 해고했다. 길리어드는 이뮤노메딕스를 인수하며 ADC 의약품 ‘트로델비’를 확보한 바 있다. 다이치 산쿄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60명 규모 연구시설을 폐쇄했다. 다이치 산쿄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벤처기업들 또한 대규모 인원 감축을 시행하고 있다. 유전자치료제 개발업체 블루버드바이오는 현금 마련을 위해 정규직 인원 518명 중 30%를 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스펙트럼 테라퓨틱스 또한 30% 인원 감축을 예고했다. 개발 후기 단계에 접어든 후보물질의 임상 연구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국내 한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는 “호실적을 내고 있는 대형 제약사의 대규모 조직개편 및 인원 감축은 사실 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글로벌 제약 바이오 산업 전반에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