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석하는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법정 출석하는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정영학 회계사가 법정에서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지급된 퇴직금 50억원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도와준 대가라고 들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정 회계사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서 '화천대유 전무인 양모씨로부터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는 것은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라고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에 따르면 곽 전 의원의 아들은 최초 계약 당시 5억원의 성과급을 받기로 했으나, 퇴사 이후인 2021년 3월 화천대유와 성과급 액수를 50억원으로 늘린 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양 전무는 이에 반대했으나, 김만배씨가 양 씨에게 "컨소시엄 자체가 무산될 위기를 막아줘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게 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정 회계사는 이와 같은 내용을 양 전무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 전무는 검찰 조사서 "이와 같은 말을 정 회계사에게 한 적 없다"며 "곽 전 의원의 도움을 받아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려는 것을 막았다는 것을 정 회계사 혹은 김씨에게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참석한 곽 전 의원도 오전 재판이 끝나고 정 회계사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외쳤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작년 4월 말 50억 원(세금 제외 25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 도움을 준 적 없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인 녹음파일을 제출한 인물이다. 그는 녹취 경위에 대해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고 답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