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 대학의 미래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이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도 심대한 위협으로 꼽힌다. 그리고 인구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분야가 대학이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사라진다’거나 ‘신입생 대규모 미달 사태’ 등의 신문 헤드라인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과거에 대학은 소를 팔아서라도 보낸다는 ‘우골탑’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대학이 오히려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도권 명문대조차 경쟁대학으로의 학생 이탈을 걱정하고 있다. 지방권 대학은 존폐위기에 직면, 학과 구조조정이나 대학 간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25년 후 국내 대학의 생존율은 50% 미만으로 절반이 지속가능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 대학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1997년 “앞으로 30년 후 대학 캠퍼스는 유물이 돼 있을 것이다. 현재의 대학은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원격강의가 일반화돼 교실 강의는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이런 예견은 상당 부분 현실화됐고 코로나 사태로 가속화됐다. 코세라, 유다시티 등의 플랫폼으로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이라는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 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이제 온라인 교육이 뉴노멀이 됐다.

대학의 역할을 대체하는 기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삼성 청년SW아카데미, 애플디벨로퍼 아카데미에서는 약 1년 동안 실제 IT 개발 현장과 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제공할 뿐 아니라 취·창업까지 지원하고 있다. 커리큘럼은 실제 개발 환경에 기반한 프로젝트 수행과 현업 실무자의 멘토링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 대학 교육의 트렌드 역시 기존의 일방적 지식 전달에서 ‘학습자 경험 중심’ ‘디지털 전환’ ‘학문 간 융복합’을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젠 국가정책 차원의 대학 교육 개혁도 중요하지만, 대학 자체의 위기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과거의 공급자 중심의 상아탑에서 내려와 사회 속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과감히 패러다임을 바꾸는 ‘미래 대학’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약 100년 동안 지속된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전기차 시대로 바뀌면서 산업혁명 후발주자였던 한국 자동차산업도 전기차 시대에서는 글로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오히려 대학이 경쟁력을 퀀텀점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대학들이 학생 중심, 수요 중심의 미래 대학으로 발 빠른 전환을 통해 글로벌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