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병원 집행부는 28일 오후 병원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코로나19 치료를 받다 숨진 12개월 영아 사건과 관련해 의료사고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대학교병원 집행부는 28일 오후 병원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코로나19 치료를 받다 숨진 12개월 영아 사건과 관련해 의료사고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후 12개월 영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병원 치료 중 숨진 사건과 관련, 담당 간호사가 의사 처방과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투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대학교병원은 호흡기를 통해 희석한 약을 흡입시키도록 한 담당 의사의 처방과 달리 간호사가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약했다고 28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2개월 여아 A양은 당일 재택 치료를 받던 중 11일 새벽 호흡곤란 등 증상이 악화해 제주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지만 12일 사망했다.

당시 담당 의사는 호흡곤란 증상이 있던 A양의 치료를 위해 12일 오전 '에피네프린'이란 양물 5㎎을 희석한 후 네블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라고 처방했다고 병원은 전했다.

하지만 담당 간호사는 이 약물 5㎎을 정맥주사로 놓았고, A양은 약물 과다 투여 사고가 발생한 당일 상태가 더욱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시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킬 때 사용하는 약물로 영아에게 주사로 놓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만약 주사로 놓는다면 적정량은 0.1㎎으로 알려졌다.

담당 간호사는 A양이 중환자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간호사와 약물 과다 투여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수간호사에게 알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간호 원장과 진료처장 등 제주대병원 집행부에 보고된 것은 지난 16일이다. 사고 발생 나흘 뒤에야 보고된 것이다.

병원은 약물 과다 투여 등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24시간 내로 상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이 2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12개월 여아에 기준치보다 50배 많은 약물을 투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제주대병원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경찰청이 2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12개월 여아에 기준치보다 50배 많은 약물을 투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제주대병원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대병원 측은 "왜 집행부에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곧바로 보고되지 않았는지, 담당 간호사가 정맥주사를 놓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사고 당일부터 최종 보고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를 인지하고 있던 의료진이 몇 명이고, 이들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제주대병원 측은 지난달 18일 A양 부모에게 의료사고 사실을 알리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해 일주일 뒤인 25일에야 보호자와 면담을 진행하고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

A양의 부모는 최근 딸의 사망 원인이 약물 과다 투여라고 주장하며 제주대병원 의료진을 고소했고, 제주경찰청은 28일 오전 제주대병원 총무과와 기록 보관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간호사 9명과 의사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힌 제주대병원 측은 "12개월 영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자체 조사 결과, 투약 오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유족께 너무 큰 상처와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