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금융당국이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규정하면서 조각투자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뮤직카우처럼 자사 상품이 증권에 해당하면 자본시장법상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28일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조각투자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성과 사업화를 위한 고려 사항을 안내하자는 취지다. 금융위는 자산 소유권이 아닌 자산 수익에 대한 청구권은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규제에 맞춰 사업 모델을 개편하거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합법적으로 영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 소유권 나눠 가지느냐가 핵심

조각투자는 고가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갠 뒤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모든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뮤직카우의 상품처럼 증권성을 띠면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이 된다.
소유권 없이 수익만 분배하면…그림·와인 조각투자도 증권상품
증권성 판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제 소유권을 분할해 나눠 가지느냐다. 뮤직카우가 판매하는 상품이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된 이유는 투자자들이 실제 자산(음악저작권)을 나눠 가진 것이 아니라,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가질 권리(음악저작권료참여청구권)만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작권을 나눠 가지는 사업 모델이었다면 실물 거래이기 때문에 금융당국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가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한 뒤 지분을 쪼개 여러 투자자에게 판매해 이 미술품이 공동소유물이 됐다면 이는 ‘민법상 공동소유’에 해당하고 증권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유권 등을 직접 분할하거나 개별적으로 사용·수익·처분이 가능한 경우에는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업자 없이는 수익 배분이 불가능하거나,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통시장’의 성패가 투자자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증권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 망해도 투자금 지킬 수 있어야

소유권 직접 보유 여부가 중요한 것은 그래야 플랫폼 기업이 도산하더라도 투자자의 재산권 등 권리를 지킬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에 6개월 유예기간을 주는 대신 그에 걸맞은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한 이유다. 투자자 예치금은 외부 금융회사에 별도로 예치해 회사가 망해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조건이 대표적이다.

다만 금융위는 특정 조각투자업체의 상품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각 기업이 증권성 여부와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조치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만약 자사 상품의 증권성이 인정된다면 현재 해당 업체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된다. 경우에 따라 투자중개업·집합투자업 등 금융투자업 인허가 등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된 조각투자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투자자 보호 체계를 충분히 갖춘 뒤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한시적으로 규제 특례를 적용받는 것이다.

조각투자 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금융위가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일제히 사업모델에 대한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 소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는 다음달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려고 검토 중이었으나 이를 보류하기로 했다.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 관계자는 “법적 자문을 받아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 시 개선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뱅카우는 개인들의 투자금을 모집해 농가가 판매하는 송아지 소유권을 구매한다. 1~2년 뒤 다 자란 소가 팔리면 투자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눠 받는다. 사료 가격, 경매 가격에 따라 손익이 결정돼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테사’ ‘소투’ 등이 제공하는 미술품 조각투자는 ‘민법상 공동소유’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증권으로 인정될 소지가 있어 내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카사’ ‘소유’ ‘펀블’ 등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은 금융위로부터 개인들에게 쪼개 파는 부동산 소유권을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으로 인정받고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상태다. 실물자산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 조치로 조각투자 플랫폼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허란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