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회사 임직원이 거액의 회삿돈을 가로채는 등의 일탈행위가 잇달아 터지면서 금융권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회사의 대출자금 약 59억원을 빼돌린 뒤 도박자금으로 사용하다가 적발된 모아저축은행의 30대 직원 A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기업이 대출을 요구하는 것처럼 거짓 서류를 꾸며 여동생 통장으로 돈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 7일 A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작년 12월엔 KB저축은행의 팀장급 직원이 3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를 저지르기도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과 보험 자산운용 신용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업권에선 40건의 횡령 배임 사기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금액은 179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은행 비중이 90%(161억3000만원)에 달했다.

농협은행이 67억6000만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부산은행(45억원) 하나은행(36억1000만원) 국민은행(4억9000만원) 순이었다. 제주도의 한 영업점에서 대출 업무를 하던 농협은행 40대 직원은 친인척 명의를 도용해 27억5000만원의 불법 대출을 받다가 적발됐다. 암호화폐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이 직원은 최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대형 금융사고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2005년엔 조흥은행의 자금 담당 직원이 은행 대외 차입금을 순차적으로 상환하는 것처럼 속여 400억원을 16차례에 걸쳐 빼돌린 사건이 있었다. 2013년 국민은행에선 직원이 사기범과 공모해 100억원짜리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사건, 차장급 직원이 90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횡령한 사건 등이 터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