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악당’ 항공사 탄소 줄이기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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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항공사들이 '탈탄소'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항공사는 '하늘의 기후악당'으로 불렸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의 65%를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를 활용해 감축하기로 했다.EU는 2025년부터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SAF 사용을 의무화했다.
[한경ESG] ESG NOW
코로나19의 악몽에서 벗어나 이제 막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항공사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기의 탄소배출을 줄이라는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추가로 부담해야 할 ‘탈탄소 비용’이 항공사의 원가 구조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2025년부터 유럽發 노선 적용
지난 4월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의 65%를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를 활용해 감축하기로 의결했다. SAF는 바이오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항공유를 의미한다.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자원이 아닌 대체 원료로 생산하지만 기존 항공기 엔진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주로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사탕수수 등을 활용해 생산한다.
그동안 항공사는 ‘하늘의 기후악당’으로 불렸다. 자동차나 버스, 기차보다 탄소배출량이 2배 가까이 많아서다. 항공산업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를 차지한다. UN 산하 국제민항기구(ICAO)는 2040년 항공 부문의 탄소배출량이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등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 탄소발자국은 버스 105g, 중형차(디젤) 171g, 비행기(단거리) 255g 등이다.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항공업계는 기후변화의 악당이자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항공 부문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SAF 사용을 의무화했다. SAF 혼합 비율은 2025년 2%, 2030년 5%, 2050년 63%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ICAO도 2027년부터 세계를 대상으로 탄소감축상쇄제도를 의무화한다. ICAO의 바이오 항공유 보급 목표는 2025년 2%, 2040년 32%, 2050년 50%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올해 각각 1.0%, 1.7%의 바이오 항공유 혼합 비율을 의무화했으며, 노르웨이도 바이오 항공유 0.5%를 의무화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30년까지 SAF 생산량을 2030년까지 연간 30억 갤런, 2050년까지 연간 350억 갤런으로 늘리겠다는 ‘SAF 그랜드 챌린지’를 발표했다.
기존 연료보다 3배 이상 비싼 SAF
문제는 가격이다. SAF를 비롯한 바이오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가량 비싸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 EU 출발 항공편에 SAF 의무 비중인 2%를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37만7152달러(약 4억6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유럽에는 국내 항공사의 ‘알짜 노선’이 포진한 만큼 비용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항공사가 SAF를 공급받는 것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 SAF 공급 계약을 맺은 항공사는 대한항공뿐이다. 2017년 시카고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SAF를 사용했고, 유럽에서 2025년부터 적용하는 SAF 의무화도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프랑스 현지 정유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파리~인천 노선에 SAF를 1%가량 혼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SK에너지로부터 제주와 청주 출발 국내선 항공편의 1개월 소요분 탄소중립 항공유를 구매하기로 했다. 탄소중립 항공유는 항공유 생산과정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측정한 후 해당 양만큼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해 실질적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 항공유를 뜻한다.
바이오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높고 생산이 제한적이기에 제도적 인센티브 및 생산·급유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SAF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국내에 전무하다. 지난해 6월 대한항공과 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 항공유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실제 제품 생산 및 사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 감축 박차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항공사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도입한 10대의 에어버스 A220-300 항공기에 최신 엔진을 장착해 동급 항공기 대비 좌석당 탄소배출량을 약 25% 감축했다. 2020년 해당 항공기의 국내선 운항 횟수를 20% 증편하며 국내선 운항 거리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8.32% 감소했다. 다른 동급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이 25% 높고, 탄소배출량은 25% 낮은 보잉 B787-10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도 항공기 브레이크 교체로 무게를 줄이고, 엔진 세척을 통해 비행 효율을 개선하는 등 탄소배출 감축에 나섰다. 지난 4월 28일, 제주항공은 항공기 브레이크를 기존 스틸에서 보다 무게가 가벼운 카본 브레이크로 교체해 무게 감소를 통한 탄소저감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2019년 4대의 항공기 브레이크 교체를 시작으로 2020년 5대, 지난해 12대의 항공기 브레이크를 교체했다. 올해 들어서도 3대를 교체해 현재 총 24대의 항공기를 교체 완료해 운항 중이다. 스틸 브레이크를 카본 브레이크로 교체하면 항공기 한 대당 320㎏의 무게가 줄어든다. 김포~제주 노선 편도 한 편을 운항할 경우 11.52㎏의 연료를 절감해 36.4㎏CO₂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얻는다. 지난해 카본 브레이크 교체 항공기 21대 운항을 통해 총 160톤의 연료를 줄였다. 이를 통한 탄소배출 저감량은 505tCO₂에 달한다.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
코로나19의 악몽에서 벗어나 이제 막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항공사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기의 탄소배출을 줄이라는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추가로 부담해야 할 ‘탈탄소 비용’이 항공사의 원가 구조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2025년부터 유럽發 노선 적용
지난 4월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의 65%를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를 활용해 감축하기로 의결했다. SAF는 바이오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항공유를 의미한다.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자원이 아닌 대체 원료로 생산하지만 기존 항공기 엔진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주로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사탕수수 등을 활용해 생산한다.
그동안 항공사는 ‘하늘의 기후악당’으로 불렸다. 자동차나 버스, 기차보다 탄소배출량이 2배 가까이 많아서다. 항공산업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를 차지한다. UN 산하 국제민항기구(ICAO)는 2040년 항공 부문의 탄소배출량이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등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 탄소발자국은 버스 105g, 중형차(디젤) 171g, 비행기(단거리) 255g 등이다.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항공업계는 기후변화의 악당이자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항공 부문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SAF 사용을 의무화했다. SAF 혼합 비율은 2025년 2%, 2030년 5%, 2050년 63%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ICAO도 2027년부터 세계를 대상으로 탄소감축상쇄제도를 의무화한다. ICAO의 바이오 항공유 보급 목표는 2025년 2%, 2040년 32%, 2050년 50%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올해 각각 1.0%, 1.7%의 바이오 항공유 혼합 비율을 의무화했으며, 노르웨이도 바이오 항공유 0.5%를 의무화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30년까지 SAF 생산량을 2030년까지 연간 30억 갤런, 2050년까지 연간 350억 갤런으로 늘리겠다는 ‘SAF 그랜드 챌린지’를 발표했다.
기존 연료보다 3배 이상 비싼 SAF
문제는 가격이다. SAF를 비롯한 바이오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가량 비싸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 EU 출발 항공편에 SAF 의무 비중인 2%를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37만7152달러(약 4억6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유럽에는 국내 항공사의 ‘알짜 노선’이 포진한 만큼 비용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항공사가 SAF를 공급받는 것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 SAF 공급 계약을 맺은 항공사는 대한항공뿐이다. 2017년 시카고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SAF를 사용했고, 유럽에서 2025년부터 적용하는 SAF 의무화도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프랑스 현지 정유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파리~인천 노선에 SAF를 1%가량 혼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SK에너지로부터 제주와 청주 출발 국내선 항공편의 1개월 소요분 탄소중립 항공유를 구매하기로 했다. 탄소중립 항공유는 항공유 생산과정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측정한 후 해당 양만큼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해 실질적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 항공유를 뜻한다.
바이오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높고 생산이 제한적이기에 제도적 인센티브 및 생산·급유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SAF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국내에 전무하다. 지난해 6월 대한항공과 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 항공유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실제 제품 생산 및 사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 감축 박차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항공사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도입한 10대의 에어버스 A220-300 항공기에 최신 엔진을 장착해 동급 항공기 대비 좌석당 탄소배출량을 약 25% 감축했다. 2020년 해당 항공기의 국내선 운항 횟수를 20% 증편하며 국내선 운항 거리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8.32% 감소했다. 다른 동급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이 25% 높고, 탄소배출량은 25% 낮은 보잉 B787-10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도 항공기 브레이크 교체로 무게를 줄이고, 엔진 세척을 통해 비행 효율을 개선하는 등 탄소배출 감축에 나섰다. 지난 4월 28일, 제주항공은 항공기 브레이크를 기존 스틸에서 보다 무게가 가벼운 카본 브레이크로 교체해 무게 감소를 통한 탄소저감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2019년 4대의 항공기 브레이크 교체를 시작으로 2020년 5대, 지난해 12대의 항공기 브레이크를 교체했다. 올해 들어서도 3대를 교체해 현재 총 24대의 항공기를 교체 완료해 운항 중이다. 스틸 브레이크를 카본 브레이크로 교체하면 항공기 한 대당 320㎏의 무게가 줄어든다. 김포~제주 노선 편도 한 편을 운항할 경우 11.52㎏의 연료를 절감해 36.4㎏CO₂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얻는다. 지난해 카본 브레이크 교체 항공기 21대 운항을 통해 총 160톤의 연료를 줄였다. 이를 통한 탄소배출 저감량은 505tCO₂에 달한다.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