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전기차 전용 윤활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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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이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냉각과 2차전지 효율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꼭 필요하다는 평가를 얻는다. 윤활유 시장에는 뚜렷한 1등 업체가 없는 만큼 정유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ESG] ESG NOW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면서 전기차 전용 윤활유가 주목받고 있다. 아직 선두 주자가 없는 신(新)시장에서 국내 정유사들이 시장을 얼마만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 윤활유 브랜드 속속 출시
4월 28일 기준으로 국내 정유 ‘빅 4’ 중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를 공개한 곳은 에쓰오일(세븐 EV)과 GS칼텍스(킥스 EV) 두 곳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윤활유 브랜드 지크를 활용해 전기차 윤활유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에 전기차 윤활유 브랜드를 공식 공개할 예정이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들어가는 윤활유(엔진오일)와는 성격이 다르다. 냉각과 2차전지 효율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기모터와 기어의 열을 빠르게 식히고, 차량 내부에서 불필요하게 흐르는 전기를 차단하는 절연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내연기관차의 윤활유는 7000~1만km 주행 시마다 교환해야 하지만, 전기차 윤활유는 한 번 넣으면 10만km 이상 주행 가능하다. 들어가는 양은 소량이지만, 배터리 효율을 높이고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사업 계열사 SK루브리컨츠는 일찌감치 시장 개척에 나섰다. 2010년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을 시작해 2013년부터 전기차 약 130만 대분의 윤활유를 공급했다. SK루브리컨츠가 생산하는 윤활기유 ‘유베이스’는 이미 고급 윤활유의 원료인 고급기유(그룹Ⅲ) 윤활기유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2019~2020년 2년간 전기차 전용 윤활유 판매량이 연평균 33%씩 증가했다”며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킥스 EV를 선보였다. 미국 연구기관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가 주관하는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해 다양한 윤활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 윤활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하이브리드 차량 전용 엔진오일 ‘킥스 하이브리드(Kixx HYBRID)’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GS칼텍스가 생산하는 고품질 윤활기유에 고성능 첨가제를 사용해 연비 개선 효과를 높였으며, 국제 표준 엔진오일 인증기관인 미국석유협회(API)의 최신 등급인 SP등급 규격을 충족했다는 설명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0월 세븐 EV(사진)를 출시했다. 윤활유 개발을 위해 서울 마곡동에 별도 기술개발센터(TS&D센터)를 두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에 집중해온 에쓰오일은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변속기·감속기에 최적화된 윤활유 4종을 개발했다. 자회사인 윤활유 전문업체 에쓰오일토탈에너지스윤활유(STLC)를 통해 하이브리드 차량 엔진 전용 윤활유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으며, 액슬(Axle) 오일 등 기타 전기차 전용 제품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전기차 성능을 끌어올리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엔 시장 6배 커진다
아직 전기차 윤활유 시장에는 뚜렷한 1등 업체가 없다. 품질 검증 작업이 이뤄질 만큼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와 윤활유업체 간 짝짓기가 어떻게 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내연기관 윤활유와 달리 한 번 들어가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특성상 기업 간 거래(B2B) 사업으로 분류된다. 가격은 기존 윤활유에 비해 10~20%가량 비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은 2020년 1000만L에서 2025년 6000만L로 6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460만 대 수준인 전기차 시장이 2040년 4억 대로 증가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진 계산이다.
한편 GS칼텍스는 지난 2월 국내 최초의 식물 원료 엔진오일 ‘킥스 바이오1’을 출시했다. 킥스 바이오1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고성능 합성 엔진오일이다. 바이오 연료 개발 업체인 미국 노비(Novvi)와 파트너십을 맺고 야자·코코넛·콩·유채씨 등 100% 재생 가능한 식물 원료로 만든 윤활기유를 사용했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킥스 바이오1 생산에 사용하는 윤활기유는 원재료 재배 과정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양이 윤활기유 생산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양보다 많아 ‘탄소 네거티브’를 실현했다는 설명이다.
탄소 네거티브는 배출한 이산화탄소양 이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든다는 뜻이다. 노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윤활기유 1kg 생산을 위한 식물 원료 재배 과정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양은 3.12kg인 반면 생산공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양은 2.61kg이다. 1kg의 윤활기유 생산과정에서 총 0.51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소되는 셈이다. 킥스 바이오1은 연비 개선, 엔진 보호 등 주요 성능이 국제 기준을 상회해 미국석유협회(API)의 최신 규격 SP와 국제 윤활유 표준화 및 승인위원회(ILSAC)의 최신 규격 GF-6도 획득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전용 유체 시장이 2030년 86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이라는 메가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윤활유업체도 전기차 전용 제품에 공들이고 있다”며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도 윤활유업체와 협력하는 등 제품 개발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
전기차 윤활유 브랜드 속속 출시
4월 28일 기준으로 국내 정유 ‘빅 4’ 중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를 공개한 곳은 에쓰오일(세븐 EV)과 GS칼텍스(킥스 EV) 두 곳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윤활유 브랜드 지크를 활용해 전기차 윤활유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에 전기차 윤활유 브랜드를 공식 공개할 예정이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들어가는 윤활유(엔진오일)와는 성격이 다르다. 냉각과 2차전지 효율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기모터와 기어의 열을 빠르게 식히고, 차량 내부에서 불필요하게 흐르는 전기를 차단하는 절연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내연기관차의 윤활유는 7000~1만km 주행 시마다 교환해야 하지만, 전기차 윤활유는 한 번 넣으면 10만km 이상 주행 가능하다. 들어가는 양은 소량이지만, 배터리 효율을 높이고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사업 계열사 SK루브리컨츠는 일찌감치 시장 개척에 나섰다. 2010년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을 시작해 2013년부터 전기차 약 130만 대분의 윤활유를 공급했다. SK루브리컨츠가 생산하는 윤활기유 ‘유베이스’는 이미 고급 윤활유의 원료인 고급기유(그룹Ⅲ) 윤활기유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2019~2020년 2년간 전기차 전용 윤활유 판매량이 연평균 33%씩 증가했다”며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킥스 EV를 선보였다. 미국 연구기관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가 주관하는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해 다양한 윤활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 윤활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하이브리드 차량 전용 엔진오일 ‘킥스 하이브리드(Kixx HYBRID)’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GS칼텍스가 생산하는 고품질 윤활기유에 고성능 첨가제를 사용해 연비 개선 효과를 높였으며, 국제 표준 엔진오일 인증기관인 미국석유협회(API)의 최신 등급인 SP등급 규격을 충족했다는 설명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0월 세븐 EV(사진)를 출시했다. 윤활유 개발을 위해 서울 마곡동에 별도 기술개발센터(TS&D센터)를 두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에 집중해온 에쓰오일은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변속기·감속기에 최적화된 윤활유 4종을 개발했다. 자회사인 윤활유 전문업체 에쓰오일토탈에너지스윤활유(STLC)를 통해 하이브리드 차량 엔진 전용 윤활유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으며, 액슬(Axle) 오일 등 기타 전기차 전용 제품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전기차 성능을 끌어올리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엔 시장 6배 커진다
아직 전기차 윤활유 시장에는 뚜렷한 1등 업체가 없다. 품질 검증 작업이 이뤄질 만큼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와 윤활유업체 간 짝짓기가 어떻게 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내연기관 윤활유와 달리 한 번 들어가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특성상 기업 간 거래(B2B) 사업으로 분류된다. 가격은 기존 윤활유에 비해 10~20%가량 비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은 2020년 1000만L에서 2025년 6000만L로 6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460만 대 수준인 전기차 시장이 2040년 4억 대로 증가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진 계산이다.
한편 GS칼텍스는 지난 2월 국내 최초의 식물 원료 엔진오일 ‘킥스 바이오1’을 출시했다. 킥스 바이오1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고성능 합성 엔진오일이다. 바이오 연료 개발 업체인 미국 노비(Novvi)와 파트너십을 맺고 야자·코코넛·콩·유채씨 등 100% 재생 가능한 식물 원료로 만든 윤활기유를 사용했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킥스 바이오1 생산에 사용하는 윤활기유는 원재료 재배 과정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양이 윤활기유 생산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양보다 많아 ‘탄소 네거티브’를 실현했다는 설명이다.
탄소 네거티브는 배출한 이산화탄소양 이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든다는 뜻이다. 노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윤활기유 1kg 생산을 위한 식물 원료 재배 과정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양은 3.12kg인 반면 생산공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양은 2.61kg이다. 1kg의 윤활기유 생산과정에서 총 0.51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소되는 셈이다. 킥스 바이오1은 연비 개선, 엔진 보호 등 주요 성능이 국제 기준을 상회해 미국석유협회(API)의 최신 규격 SP와 국제 윤활유 표준화 및 승인위원회(ILSAC)의 최신 규격 GF-6도 획득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전용 유체 시장이 2030년 86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이라는 메가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윤활유업체도 전기차 전용 제품에 공들이고 있다”며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도 윤활유업체와 협력하는 등 제품 개발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