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술 개발은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출발했고 현재도 연구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낡은 체제입니다. 민간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우주청이 설립돼야 합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천 항공우주청 유치 공약 실천을 위한 토론회'에 참가한 한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사천·남해·하동)이 주최한 이번 행사엔 우주 항공 관련 각계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한창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사업부문장은 "미국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이 우주 투자를 일제히 늘리고 있다"며 "우주 시장은 향후 폭발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2020년 우주 궤도에 탑재체 1kg을 올리는 비용이 40년 전 대비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우주경제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위성 기반 초고속 통신으로 휴대기기는 물론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을 아우르는 초연결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며 "위성이 보내는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활용하면 모든 산업에 걸쳐 혁신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한 비행기 완제품 제조업체인 KAI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총 조립, 차세대중형위성 등 사업을 맡으며 우주 관련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이 우주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문장은 "우주 사업이 모두 공공 R&D 체제로 추진돼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 산업 생태계가 성숙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위성 및 발사체 개발 사업의 85% 가량을 항공우주연구원 등 출연연구소가 주관하고 있고, 기업은 단순 용역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각 부처가 우주개발에 개별적으로 나서면서 중복투자에 따른 역량 분산도 심각하다"며 "부처별 우주개발 소요를 연계, 통합할 수 있는 범국가적 우주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만희 항공우주산업협회 전략기획본부장은 "한국은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발사체와 위성 개발엔 성공했으나 산업 생태계 조성은 거의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상 부품 조달 한계, 소품종 소량 생산 관행, 비용과 기술 진입장벽 등으로 기업 참여에 한계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소가 보유한 체계 종합 및 핵심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하고, 국내 개발 제품 인증체계를 수립해 실증 위성을 기업들이 스스로 발사하고 검증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부가가치 위성 활용 서비스와 스타트업 육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7일 항공우주청을 경남 지역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사천시가 우주청 입지로 유력하다. 일각에선 반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ADD), KAIST 등 우주 연구기관이 밀집한 대전 지역 반발이 특히 거세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우주 전담기관 설립이라는 국가적 논의가 전문가를 배제한 채 오직 지역 공약 수준에서 논의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그는 "경남은 생산기지일 뿐, 손과 발이 두뇌(대전)를 대신할 순 없다"며 "인수위는 우주 전담기관의 사천행, 대전행을 선택하기 전에 민간 우주와 국방 우주 사업을 어떻게 재편하고 활용할지 비전과 철학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