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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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국회의원 보좌진 등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늘공(늘 공무원)’ 선호 기조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28일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대선 캠프에서부터 핵심 역할을 담당한 당 출신 인사가 대통령 비서실에서 3급 상당의 직책을 제안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공들이 크게 술렁였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사이여서 대통령실의 1급 비서관에 기용될 것으로 예상되던 인사였다.

대통령 참모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대선 공약에 따라 대통령실 인원이 축소되면서 어공이 갈 자리는 크게 줄었다. 대선 기간 정무 능력을 인정받은 한 보좌관은 “대통령실 입성은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했다.

어공이 검찰 출신과 늘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경선 때부터 윤 당선인을 도운 한 인사는 “재주는 어공이 넘고 자리는 늘공이 챙기고 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인사하면 다음 선거 때 누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일하겠냐”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 “검찰이나 늘공이 어공을 견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인선 방향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실 권한 축소’라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어공은 대통령실이 행정 부처를 상대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당선인은 이런 대통령실이 제왕적 대통령제로 변질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윤 당선인도 어공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국회 역할이 커지면서 정치 경험을 갖춘 어공의 정무 감각과 능력이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늘공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현장 의견과 비판적인 견해를 듣지 못해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전문가 조언을 주로 듣다가 “공약 후퇴”라는 비판을 받은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