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가 에너지 위기보다 더 큰 위협"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사진)는 에너지보다 식량 공급 위기가 세계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26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에너지 위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덜 심각할 수 있지만 세계 식량 공급 시스템에는 거대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밀은 유가보다 가격 상승폭이 훨씬 더 컸다”며 “밀, 비료 등 기초 식량의 교역이 막히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식량보호주의가 세계화의 후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EEU)에 밀, 보리, 호밀, 옥수수 등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도 비료 등의 수출을 중단하면서 식량보호주의에 가세했다. 서방 국가들에 대한 반발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이 자국 내 식량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식량보호주의는 저개발 국가들에 더 큰 타격이 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밀, 옥수수 등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최악의 기아가 시작됐다. 아라프 후세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멘, 레바논 같은 나라들은 당장 기아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이후 2년여간 지속된 공급망 충격을 겪은 최빈곤국들의 회복세가 식량보호주의 때문에 다시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