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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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취업규칙에 지급일 당시 재직 중 근로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어도,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도 상여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8일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업체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사내하청업체는 2009~2014년 단체협약에 따라 약정 통상급의 연 600%를 기준으로 해 2개월마다 100%씩 상여금을 지급해왔다.

업체 노동자등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고 상여금을 법정수당에 산입해 계산된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체협약상 '지급일 이전에 입사, 복직, 휴직한 자의 상여금을 일할 계산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일할지급 규정은 퇴직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청업체는 "취업규칙에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묵시적으로 퇴직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또한 퇴직자에게 주지 않는 금액이므로 일률성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퇴직자에게도 정기상여금을 지급해야 하고, 이를 법정수당에 산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에는 '단체협약이 정한 기준은 취업규칙 등 여타 개별적 근로계약에 우선하며, 이에 미달하는 사항은 무효로 하고 협약 기준에 따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다

대법원도 "이 사건 단체협약은 상여금 지급일 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에게도 근무한 기간에 비례해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한다는 취지를 정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일할지급은 퇴직자를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측의 주장대로 퇴직자에게 묵시적으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증명할 증거도 없다고 봤다.

특별한 조건 없으면 퇴직자도 상여금 청구 가능
판례 정립하는 대법

앞서 대법원은 2020년 정기상여금 지급기일 전에 노동자가 퇴직했더라도, 지급 조건에 특별한 조건이 없는 한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은 근로의 대가로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를 정립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규정과 근무기간에 비례해 지급한다는 규정을 같이두고 있는 경우, 후자의 규정이 우선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바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재직 조건의 해석에 관해 2020년 대법원 판결 등이 선언한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발전된 판시를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