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이 1분기 매출 증가율이 2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공급망 차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시적인 부진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은 2분기 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외부 환경이 해결되지 않으면 매출 증가율은 더 낮아지고, 영업적자를 낼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e커머스 성공 신화를 써 온 아마존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9% 급락한 이유다.

1분기 매출 7% 증가 그쳐

아마존은 28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1분기 매출이 1164억달러(약 148조원)로 1085억달러를 기록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가 추정치(1163억달러)에 근접했다. 영업이익은 37억달러(4조7000억원)로 같은 기간 59% 줄었다.

순손실은 38억달러로 적자전환했다.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전기차 업체 리비안 투자손실 76억달러가 반영된 탓이다. 아마존은 2019년 배송트럭을 전기차로 교체하면서 리비안에 7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했다. 현재 지분율은 18%로, 1분기 뉴욕증시에서 리비안 주가가 50% 폭락하며 평가손실을 입었다.

순손실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시장이 주목한 것은 아마존의 성장세 둔화다. 1분기 매출 증가율 7%는 전년 같은 동기(44%)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CNBC에 따르면 2001년 닷컴 붕괴 이후 가장 낮은 매출 성장률이다. 지난해 4분기(9.4%)부터 2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본업이 발목을 잡았다. 1분기 상품 판매 매출은 565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575억달러) 대비 소폭 줄었다. 앞서 재시 CEO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중국의 봉쇄로 공산품 생산 및 조달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팬데믹 완화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줄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고 매출은 78억8000만달러로 시장 추정치(81억7000만달러)를 밑돌았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36.5% 증가해 실적을 방어했다.

“2분기 영업적자 날 수도”

아마존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외부 환경을 꼽았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며 물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인건비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커졌다는 것이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도 악영향을 미쳤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전염병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례적인 도전을 가져왔다”고 했다.

2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마존은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160억~1210억달러로 제시했다. 시장 전망치(1255억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3~7%로 1분기보다 성장세가 더 둔화될 것으로 봤다. 영업손익 가이던스는 적자 10억달러에서 영업이익 30억달러로 제시했다.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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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시 CE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풀필먼트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1분기 아마존의 풀필먼트 부문 비용이 165억달러에서 203억달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주주서한에서 아마존이 이전 25년간 구축해 온 물류 인프라와 맞먹는 규모를 지난 2년간 확충했으며 전 세계 물류센터 410곳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판매자 수수료와 소비자 멤버십 요금도 수익성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 물류 인프라를 이용하는 제3자 판매자에게 추가 수수료 5%를 부과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요금도 119달러에서 139달러로 인상했다.

이날 아마존 주가는 장중 4.65% 상승했으나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8.99% 하락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