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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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외 작가’를 조사할 때마다 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을 만큼 국내 인기도 대단하다. 서른 살이던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발표하면서 데뷔한 하루키는 이후 내놓는 작품마다 큰 성과와 함께 반향을 일으켰다. 신작을 낼 때면 국내 출판사들이 거액의 선인세 지불 경쟁을 할 정도로 작품성과 상업성을 갖춘 작가다.

하루키의 소설을 분석하거나 작법을 연구한 서적은 많지만 하루키가 직접 작법을 공개한 책은 2016년 출간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처음이다. 2년 뒤 가와카미 미에코와의 대담을 담은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에도 소설 작법이 포함돼 있으니 두 권을 연이어 읽으면 하루키를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단순한 소설 작법을 넘어서 하루키가 살아온 이야기와 속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자서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 삶을 대하는 경건한 태도와 함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열정이 뜨거워 용기를 채우고 싶을 때 읽으면 힘이 된다.

하루키 신드롬과 하루키 스타일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고교 때 익힌 영어실력 바탕으로 세계적 작가 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장에서 갑자기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를 듣는 순간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날로 집필을 시작해 반년 만에 완성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1979년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았다. 하루키는 두 번째 작품을 낸 뒤 성업 중이던 재즈 카페를 닫고 전업작가로 나섰다.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이 경이적인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하루키 신드롬’이 시작됐고 이후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하루키 스타일’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서른 살에 돌연 소설가가 됐다지만 하루키는 이미 고교 때부터 독서광이었다. ‘실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불타는 가마에 삽으로 푹푹 퍼넣듯 닥치는 대로 허겁지겁’ 읽었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영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일본어로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읽고 싶어 헌책방에서 영어 페이퍼백을 한 무더기씩 사들였던 것이다.

자신의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영어로 번역하고, 그 영어 문장을 다시 일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하루키만의 독특한 문장을 완성했다. 이후 영어로 작품을 집필해 미국에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세계의 독자들과 교류했다.

고교 때 영어 소설을 읽으며 쌓은 영어 실력이 글로벌 작가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비영어권 작가들이 번역 때문에 빛을 못 보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키는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초창기부터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매일 전력을 다하는 성실함

하루키는 하루아침에 대가가 되기 위해 욕심을 내지 않았다. 평범한 집안에서 굴곡 없이 자라 ‘어마어마한 스토리’ 같은 게 없었던 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하루 20장(200자 원고지 기준)씩 착실하게 쓰고, 날마다 조깅을 하고, 채소 샐러드 요리를 좋아하는’ 규칙적인 생활로 자신을 관리하며 꾸준히 글을 썼다.

하루키는 “일단 공공장소에는 나가지 않고 미디어에 얼굴을 내미는 일도 거의 없다. TV나 라디오에 나 스스로 출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사인회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는 직업적인 문필가이며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소설을 쓰는 것이고 나로서는 가능한 한 그쪽에 전력을 기울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짧고 손에 쥔 시간도, 에너지도 한정적입니다. 본업 이외의 일에는 되도록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그는 작품을 쓸 때 모든 일을 중단하고 오로지 소설에만 집중한다. 초고를 쓴 뒤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품을 완성한다. 그래서 “나의 어떤 작품도 ‘시간이 있었으면 좀 더 잘 썼을 텐데’라는 것은 없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재능과 노력과 자기 관리가 오늘의 하루키를 만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가로 떠오른 비결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성실’이다. 그는 천재가 아니라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끝까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단한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 속을 거닐다 보면 교훈과 지혜가 저절로 다가올 것이다. 재미와 감동에다 정보까지 담겨 있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내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 찾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