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낮춰잡고 있다. 위탁생산하는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의 출하가 늦어져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분기 내 정상화를 예상했다.

29일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위탁개발생산(CDMO)하는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은 국내 및 해외에서 각각 출하 전 품질검증(QA)을 진행한 후에 출하된다”며 “그 중 외주 기업을 통한 해외 검수가 지연되며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1분기에 목표했던 수량보다 적은 물량이 출하됐다는 설명이다. 출하가 지연된 물량은 한국 정부가 계약한 국내 도입분이 아닌 노바백스에 공급하는 제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달 들어 백신 출하 지연 문제는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2분기 내에 완전 정상화 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출하가 늦어진 물량에 대한 매출 인식은 2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위탁생산 백신은 출하 이후 매출로 인식되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1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 중이다.

키움증권은 이달 1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2%와 35%를 줄어든 732억원과 255억원으로 추정했다. 당시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인 매출 3006억원과 1700억원을 크게 밑돌 것으로 봤다. 현재 기준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140억원과 영업이익 537억원이다.

작년 1분기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 1127억원과 영업이익 5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2%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및 코로나19 백신 유통을 포함한 용역 매출이 늘어났던 영향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생산 계약은 지난해 종료됐다.

작년 하반기에는 정부와 노바백스가 계약한 백신 원료의약품(DS) 매출이 반영됐다. 정부 계약 물량 중 완제의약품(DP) 매출은 국내 출하 이후 반영된다.

백신 출하 지연으로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및 전분기 대비 감소가 예상되지만 연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증권은 위탁생산 매출이 2분기부터 정상화되고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공급도 하반기 내로 이뤄질 것이므로, 연간 실적 추정치를 조정하지 않았다. 올 1분기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완제 유통 물량은 200만도즈로 추정했다.

2022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791억원과 5605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26.9%와 18.2%가 늘어난 수치다.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물량의 출하 지연 문제가 2분기에 해소되고, 정부 계약 백신은 하반기에 대부분이 공급돼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봤다.

하반기는 자체개발 백신 GBP510 매출이 관건

올 하반기에는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GBP510'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GBP510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전통적인 합성항원 백신이다.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과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지원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5일에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대조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의 ‘Vaxzervia’ 대비 우수한 면역원성을 확인했다. 전날 추가 공개된 안전성 데이터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국내 품목허가를 빠르게 신청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 등 해외 허가 신청도 진행할 계획이다.

출시 이후에는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기로 CEPI와 협의했다. 아직 구매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에 ‘GBP510’이 승인되고 하반기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1일 국내 질병관리청은 GBP510 1000만도즈를 약 2000억원에 선구매했다. 이 매출은 허가를 기점으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동건 연구원은 “시장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1차 접종조차 못한 국가도 다수 존재한다”며 “동종 및 이종 추가 접종을 위한 결과도 확보하고 있어 선진국 매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