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금단의 땅 '송현동 부지' 도심녹지광장으로 변신…서울광장 3배 규모
서울 경복궁 옆 3만7117㎡ 규모의 송현동 부지가 도심 녹지광장으로 탈바꿈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지난 11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접근하지 못했지만 서울광장(1만3207㎡)의 약 3배, 연트럴파크(3만4200㎡)와 맞먹는 면적의 녹지로 올 하반기 개방된다. 청와대 개방, 광화문광장 개장과 함께 광화문과 북촌 일대가 휴식과 여유,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전체를 열린공간으로 조성해 광화문광장 개장시기와 연계해 올 하반기 임시개방한다고 29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담장 철거에 들어간 송현동 부지를 찾아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광장’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해당 부지는 조선시대 왕족과 명문세도가들이 살았지만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고, 광복 후 미군숙소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로 쓰였다. 1997년 정부에 반환돼 다시 돌아왔지만 이후 주인이 바뀌면서 폐허로 방치됐던 공간이다.

서울시는 작년말 서울시-대한항공-LH간 3자 매매교환방식으로 송현동 부지를 확보했다. 현재 대한항공에서 부지 소유권 이전을 위한 기반조성(부지평탄화 등) 공사가 진행중이다. 굳게 닫혀있는 정문(철문)을 개방하고, 4m 높이 담장을 낮추는 작업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기보다 서울광장처럼 넓은 녹지광장에 최소 시설물만 배치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조성계획을 마련했다. 3.7%에 불과한 서울도심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오 시장이 앞서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과 연계해 광화문 일대 도심에 이같은 대규모 녹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녹지광장에 광화문~북촌~청와대로 이어지는 지름길(보행로)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차량 통행이 많은 율곡로와 감고당길 대신 이용할 수 있는 녹지보행로도 조성할 예정이다. 그늘막, 벤치 등 도심에 부족한 휴게시설을 곳곳에 만들고, 공연이나 전시 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한다.

장기적으로는 도심 내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고, 전체 부지의 26%(9787㎡)에 ‘(가칭)이건희 기증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향후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건립 위치를 확정하고, 통합 공간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 관광 등 도심 중추기능이 집중돼 있는 광화문, 시청 일대와, 오래된 주거지가 밀집한 북촌 일대에 대규모 녹지를 확보해 시민과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정주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시장은 "녹지가 턱없이 부족한 서울도심에서 누구나 와서 쉬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청와대 개방, 광화문광장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