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급락 美 텔라닥…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 운명은?
코로나19 유행으로 고공행진 중이던 미국 원격진료 플랫폼 기업 텔라닥 헬스의 주가가 실적 발표 후 추락했다.

텔라닥은 지난 27일(미국 시간)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5억6540만달러(약 718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으나, 순손실이 66억7452만달러(8조4806억원)로 전년 동기 1억9964만 달러와 비교해 30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소식에 실적 발표 직전 55.83달러였던 텔라닥의 주가는 28일 40% 하락한 33.51달러로 장을 마쳤다.

외형적인 성장 부분에선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분기 매출과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텔라닥의 예상치(가이던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텔라닥은 앞서 올 1분기 매출이 5억6500만~5억7100만달러, EBITDA가 5100만~5500만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EBIDTA는 5450만달러로 예측치에 부합했다. 매출 또한 예측치 범위 안에 있었다.

업계는 텔라닥의 주가가 급락한 원인으로 크게 증가한 순손실과, 2022년 실적 전망치에 대한 하향 조정을 꼽고 있다. 수정된 전망이 업계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원격의료 서비스에 뛰어들어 경쟁도 치열해졌다.

제이슨 고레비치 텔라닥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전체 매출을 24억~25억달러, EBIDTA를 2억4000만~2억6500만달러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매출 25억5500만~26억5000만달러, EBIDTA 3억3000만~3억5500만달러에서 하향조정된 것이다.

텔라닥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원격진료로 회원을 끌어들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코로나19 유행이 고조되던 지난해 2월 22일에는 293.66달러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가파르게 우하향하고 있다. 텔라닥이 회원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코로나19의 유행이 점차 사그라들고, 북미 지역의 환자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텔라닥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꾸준히 원격진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 당뇨·혈압 관리기기를 만드는 리빙고를 인수하기도 했다(리빙고에 대한 가치가 순손실에 반영돼 올 1분기 순손실이 커졌다). 지난 1분기 기준 텔라닥의 만성질환 치료 프로그램을 등록한 환자는 73만1000명이었다. 90만명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텔라닥의 목표다.

텔라닥의 유료회원 평균 수익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유료회원은 5430만명이었다. 회원당 월 평균 수익은 지난 1분기에 2.52 달러로, 전년 동기 2.09달러에서 21%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유행은 국내 의료 환경도 바꿔 놓았다. 규제가 엄격한 ‘원격진료’ 대신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환자와 떨어져 있는 의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확산됐다. 코로나19 비대면 진료 서비스로 회원이 최근 급증한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이 대표적이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원격진료 규제 문제가 아직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코로나19 이후 수익 모델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