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애호가들에 인기"…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성지로 떠오른 이유
글로벌 커피 원두 산지의 작황 부진으로 커피값이 치솟는 가운데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찌감치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주요 산지에서 커피 원두를 대량으로 직매입한 덕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원두를 판매하고 있어서다.

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원두 가격의 기준인 커피C 선물은 지난달 28일 파운드(약 454g)당 217.95센트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날(144.3센트)보다 51.0% 올랐다.

물류비 상승 등 공급망 이슈와 더불어 세계 최대 커피 원두 생산 및 수출국으로 손꼽히는 브라질에서 극심한 가뭄과 한파가 발생하면서 최근 들어 커피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올 초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와 편의점 등도 앞다퉈 커피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하는 직소싱 원두 가격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자체 브랜드(PB) 원두 상품 'T스탠다드 브라질 세라도(1.1kg)'를 1만3980원, 'T스탠다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1.1kg)'는 1만7980원, 'T스탠다드 콜롬비아 칼다스(1.1kg)'는 1만4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자난해 4월 판매 가격과 같다.

같은 기간 경쟁 상품인 '맥심 싱글 오리진 브라질 산토스(1kg)는 1만6900원에서 1만8150원으로, 맥심 싱글 오리진 콜롬비아 우일라(1kg)는 1만7900원에서 1만9250원으로 올랐다.

이마트는 글로벌 커피 원두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상반기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브라질에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조합인 쿠슈페에서 관리하는 농장을 통해 지난해 상반기 커피 원두를 대규모 매입했다. 콜롬비아에선 FNC 비영리 영농조합과의 거래를 통해 칼다스 원두를 사들였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원두 역시 각각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매입했다.

이마트가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케냐지역 커피 원두를 가격이 본격적으로 폭등하기 전 매입한 양은 40t에 달한다. 덕분에 각 산지별 원두를 올 4분기까지는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이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짧은 유통단계 역시 가격 경쟁력의 비결 중 하나다. 이마트는 직접 커피농장에서 원두를 매입하고 이를 로스팅한 뒤 바로 판매한다. 일반적인 커피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출, 수입, 도매 등의 복잡한 과정들을 생략해 가격 군살을 뺐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하는 원두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PB 원두 상품인 브라질 세라도 NY2는 생두 300g당 결점두가 4개 이하인 최고 품질 원두다.

주요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고품질의 커피 원두를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이마트 트레이더스 직소싱 커피 원두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3.1% 늘었다.

이수민 이마트 해외소싱 바이어는 "최근 글로벌 물가 변동폭이 큰 만큼 그간 해외 소싱을 통해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진 시기"라며 "앞으로도 국내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하게 수입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