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만원짜리 가방·4배 비싼 사료…반려견 위해서라면 '텅장도 괜찮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우는 ‘스타’ 애견인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반려견이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달에는 백팩을 멘 반려견 사진(사진)을 올려 애견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어느 브랜드의 백팩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는데, 모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에서 출시한 반려동물용 백팩으로 가격은 22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처럼 대하는 ‘펫팸족’은 더 이상 소비시장의 주변인이 아니다. 되레 관련 산업과 기업을 뒤흔드는 강력한 소비 주체다.

320만원짜리 가방·4배 비싼 사료…반려견 위해서라면 '텅장도 괜찮아'
지난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작년 9월 말 기준 312만900가구다. 전체 가구 수(2092만7000가구)의 15%에 해당한다. 이들은 반려동물에게 자식만큼 혹은 그보다 더 열정적으로 돈을 쓴다. 배우 송혜교가 패션 브랜드 펜디에서 내놓은 320만원대의 반려동물 이동 가방을 SNS에 올려 눈길을 끈 게 한 사례다.

패션기업들이 씀씀이가 큰 펫팸족을 겨냥해 반려동물과 맞춰 입는 ‘패밀리룩’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패밀리룩이라고 하면 통상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입는 옷을 뜻하지만, 이제는 강아지나 고양이로까지 그 대상이 확장하고 있다.

가격은 5만원대로 일반 의류와 비슷한 수준이다. 헤지스와 MLB, 예일 등에서 반려동물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 공동체로 인식함에 따라 패밀리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입을 수 있는 패션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료, 간식도 패션 못지않다. 고양이를 키운 지 1년이 넘은 회사원 김모씨(32)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우기 일쑤지만, 고양이 사료로는 11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포함된 고급 제품을 구매한다. 1.45㎏에 2만원대로 일반 사료보다 네 배 이상 비싸다. 김씨는 “고양이 등에 알레르기가 생겨 큰마음 먹고 사료를 바꿨다”며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산업은 2020년 약 3조3000억원에서 2026년 5조6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에선 펫푸드, 서비스(수의, 금융), 일반용품·일반의약품 순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