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 5, EV6 구매자의 절반 가까이가 50~7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는 얼리어답터와 젊은 층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깨는 조사 결과다. 충전 인프라 확대와 주행거리 향상, 디자인 프리미엄화 등으로 전기차가 전 연령대에서 선택받고 있다는 평가다. 전기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대중화하는 가운데 고유가가 지속되면 그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 5 고객 절반이 50대 이상

"대세는 전기차"…중장년층, MZ보다 더 샀다
29일 아이오닉 5와 EV6의 개인고객(법인택시 제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두 차종의 50대 이상 구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49%와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오닉 5의 50대 비중은 28%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60대는 17%를 차지했고, 70대 고객도 4%나 됐다.

40대 고객은 27%로 50대에 미치지 못했다. 30대 또한 20% 비중으로 60대와 3%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20대는 5%로 70대 고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 1분기를 봐도 큰 차이가 없었다. 50·60·70대가 각각 26%, 18%, 4%를 차지했고 20·30·40대는 각각 7%, 20%, 25%였다.

EV6는 구매고객의 약 40%가 5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40대 비중이 3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바로 다음이 25%를 차지한 50대였다. 60대는 13%, 70대는 2%였다. 20대는 6%, 30대는 20%의 비중을 보였다.

구매 고객이 전 연령대에 고르게 분포한 것으로 나타나자 데이터를 분석한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중장년층 구매 비중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전기차가 얼리어답터와 젊은 층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볼륨 모델’로서의 상품성을 증명한 셈이어서다. 일반 차종인 싼타페의 50대 이상 비중은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형 전기차의 50대 이상 비중이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고유가·충전 인프라 확대로 유입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가 중장년층에서도 폭넓게 선택받는 이유로 충전 인프라 확대를 우선 꼽았다. 최근 일반 소비자가 자주 찾는 유통매장마다 전기차 충전소가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전국 5만여 개에 이르는 편의점에도 충전기가 속속 설치되고 있다. 예전만큼 충전할 때 큰 불편이 줄어들자 중장년층의 유입이 늘었다는 평가다.

고유가도 최근 50대 이상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이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게 자동차업계에선 정설이다. 유가가 치솟자 부담이 덜한 전기모델로 향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중장년층 유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기차 모델의 남녀 비중은 아이오닉 5가 각각 73%와 27%였고, EV6는 79%와 21%였다. 대략 8 대 2 수준인 기존 일반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지만 아이오닉 5는 여성 비중이 비교적 높았다.

주행가능거리가 더 긴 롱레인지 모델 선택 비중은 95%에 달했다. 일반 모델인 스탠더드는 5%에 불과했다. 전기차 구매고객들이 주행가능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기아가 EV6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기차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전비(연비)와 주행가능거리였다. 3위는 충전 속도, 4위는 디자인이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