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힘입어 국내 ‘빅4’ 정유사들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이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고 현대오일뱅크는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실적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조2615억원, 영업이익 1조6491억원을 올렸다고 29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844억원) 대비 약 세 배로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부문별로는 석유 사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정제마진 확대와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1조2865억원 증가한 1조50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인 석유제품 공급난이 벌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완화로 이동 수요가 회복되면서 수출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도 5880억원에 달했다.

배터리 사업은 유럽 고객사 판매 물량 증가, 배터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조25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5263억원) 대비 매출이 약 2.4배로 증가했다. 영업손실(2734억원)은 전분기보다 370억원 줄었다. 이 회사는 배터리 사업 흑자 전환 시점을 4분기께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 21일 기준 배럴당 18.15달러에 달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이다. 지난 1~2월 평균 6~7달러대이던 정제마진은 3월 넷째주 13.87달러로 치솟더니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런 정제마진이 하반기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원유를 들여온 시점보다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시점의 가격이 크게 내려가게 되면 마진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 초강세 영향으로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체 모두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7조2426억원, 영업이익 70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에쓰오일 역시 분기 기준 최대 매출(9조2870억원)과 영업이익(1조3320억원)을 달성했다. 증권업계에서는 GS칼텍스도 매출 13조원대 초반, 영업이익 1조1500억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