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하루 사이 1% 넘게 내리며 1250원대로 낮아졌다. 7거래일 만의 하락세다. 엔화 위안화 등 주요 아시아 국가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인 데다 정부가 구두 개입의 강도를 높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6원60전 내린 1255원90전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7거래일 연속 올랐다. 지난 25일에는 1250원대를 돌파한 뒤 3일 만에 1272원50전을 기록하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불과 하루 사이 15원 넘게 급락(원화 가치 상승)하며 1250원대로 되돌아왔다.

아시아 증시와 통화가 동시에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달러당 위안 환율은 6.6위안 이상에서 거래되다가 이날 6.5위안대로 내려왔다. 달러당 엔 환율 역시 전날 131엔을 넘어선 뒤 130엔대로 소폭 하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나스닥 증시가 3% 이상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났다”며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도 각각 1% 이상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구두 개입의 강도를 높이면서 직접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거나 사는 ‘직접 개입’ 경계감이 시장에 퍼진 것도 원화 강세 요인이 됐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급격한 시장 쏠림이 발생할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의 발언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앞서 “필요한 경우 시장 안정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 것보다 더 적극적인 발언으로 해석됐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부담도 작용했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과도하게 환율이 올랐다는 투자 심리가 퍼지면서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시기적으로 월말이기 때문에 네고 물량(수출업체의 수출대금 환전)도 쏟아졌다”고 전했다.

다음달 3~4일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중국 경제의 둔화 속도 등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달러가치는 28일(현지시간) 2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장중 달러 인덱스가 전날보다 0.9% 상승한 104에 근접해 2002년 후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와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의 통화와 달러가치를 비교한 지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