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국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스타로드자산운용과 서울 합정빌딩과 경기 구리빌딩 및 수원빌딩, 대구빌딩, 경북 구미빌딩 등 5개의 건물을 '패키지'로 파는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수년간 KB손해보험이 건물을 빌려 쓰는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조건이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B손보 관계자는 "경영환경 변화와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총 매각 대금은 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KB손보가 매각한 건물은 각 지역의 영업 거점이다. 본사와 연수원을 제외하고 지역 거점으로 사용하던 11개의 빌딩 중 5개다. 총 연면적은 14만㎡ 규모에 달한다.
과거 보험회사들은 전국 곳곳에 상업용 빌딩을 보유하는 전략을 펴왔다. 부동산 투자가 장기투자가 필요한 보험사의 자산운용 방식에 걸맞은데다, 200여개 전국 지점을 관리하는 영업 거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의 전통적 대면 영업이 비대면 위주로 점점 바뀌어 건물을 직접 보유해야 할 필요성은 점차 줄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도입되는 K-ICS에선 보유 부동산의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쌓아야 하는 돈(요구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에 KB손보가 적극적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행 지급여력(RBC) 제도에선 부동산 보유 시 업무용도는 위험계수 6%, 투자용도는 위험계수 9%를 적용해 요구자본을 산출한다. 가령 100억원짜리 부동산을 투자 용도로 보유하면 부동산 가격의 9%인 9억원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는 식이다. K-ICS에선 RBC제도에 비해 부동산 가격의 변동성과 투자 수익의 불확실성을 더욱 크게 간주되고, 위험계수는 25%로 올라간다. 500억원짜리 부동산을 보유하면 75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해야하는 셈이다.
KB손보는 이번 부동산 매각으로 K-ICS 도입 시 최대 1000억원의 현금을 쌓아둬야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고, 5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돼 건전성 개선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험사들은 지난 4~5년간 회계제도 개편에 대비하고, 건전성 하락을 방어하려는 목적으로 부동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다만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게 부담이다.
이호기/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